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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검열, 어떤 게 진정 혐오스러울까요?
최하나 2008-03-25

타이 검열 당국, 아핏차퐁 위라세타군 감독의 <징후의 세기> 속 6개 장면 삭제 명령

<징후와 세기>

가위질, 또 가위질. 타이의 검열 당국이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징후와 세기>에 대해 6개의 장면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아핏차퐁 감독은 지난해 4개의 장면을 삭제하라는 당국의 방침에 수차례 항의하며 검열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해왔으나, 오히려 2번의 가위질을 더 당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당초 “부적절한 이미지”로 지목됐던 것은 젊은 스님이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과 의사가 병원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 두 의사가 키스하는 장면, 그리고 두명의 스님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이었다. 이를 “불교와 의료계에 대한 폄하”로 해석한 검열 당국은 그에 더해, 송클라 왕자와 국왕 어머니의 동상이 등장하는 장면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타이의 작은 시골 병원과 근미래의 초현대식 병원을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징후와 세기>는 아핏차퐁 감독이 의사였던 두 부모님과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200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황금사자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타이사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밝힌 검열 관계자는 “감독의 부모는 아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이토록 혐오스럽고 예술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드러낸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시스템이 두려워서 영화를 잘라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던 아핏차퐁 감독은 결국 영화의 개봉을 위해 삭제를 감수할 것이며, 15분에 이르는 삭제장면을 검은 화면으로 상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우리가 관료들에 의해 눈이 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훼손된 <징후와 세기>는 그 자체로 타이의 역사적인 상황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타이는 지난해 12월 기존의 영화법을 대체하는 ‘영화 및 비디오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타이 최초의 영화 등급제를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정부의 영화 검열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심의위원회에 정부 인사는 물론 경찰 관계자를 포함시키고 있다. <징후와 세기>의 심의를 담당한 위원회의 명단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경찰과 의료계, 불교계의 고위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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