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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카 와이티티] “코미디와 드라마를 혼합한 영화야말로 실제 삶과 비슷하다”
문석 사진 오계옥 2008-03-25

워크숍 참석차 내한한 뉴질랜드의 신예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뉴질랜드의 신예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지난 3월9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연기, 미술, 사진, 문학 등 거의 모든 예술분야를 섭렵하고 있으며 영화감독으로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 와이티티의 첫 단편영화 <두대의 자동차, 하룻밤>(2003)은 아카데미 단편영화상 후보(2005)에 올랐으며,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2004)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첫 장편영화 <독수리 대 상어>(2007)로 블라디보스토크영화제, 뉴포트비치영화제 등에서 여러 상을 수상했다. 14일까지 진행된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의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들른 그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주입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다.

-인터넷에서 보니 당신의 이름이 두개더라. 하나는 타이카 와이키키이고 다른 하나는 타이카 코언인데, 진짜 이름은 뭔가. =코언은 유대계인 어머니의 성이고, 와이티티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아버지의 성이다. 코언은 연기할 때와 글쓸 때 쓰고, 와이티티는 비주얼 아트 계열에서 사용한다. 와이티티는 뉴질랜드에 사는 바닷새의 이름이기도 하다.

-당신은 1975년생인데도 화가, 작가, 코미디언, 배우, 사진작가,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다양한 일을 펼쳤다. 그 비결이 뭔가.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어떤 양식의 예술을 추구할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내게 큰 자유를 줬다. 어떤 생각이나 표현은 특정한 예술 양식으로는 잘 소화되지 않는다. 그런데 글로 표현되지 못하는 것은 그림으로 가능하고,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것은 글로 묘사하면 된다. 나는 여러 분야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한 스타일에 고정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예술이건 정식으로 공부한 분야가 있나.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한 적은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혼자 익혔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학교는 창의성을 가르쳐주거나 창조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내가 보기에 학교 교육이란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가르치고, 무엇이 정답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훌륭한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선생님은 무언가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영향받은 사람이 많고 족적을 따라가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영화감독들이 타란티노나 왕가위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타란티노나 왕가위는 오로지 한 사람뿐이다. 그들을 좋아하는 거야 문제없지만 스스로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혹시 특별한 부모님 아래서 자랐나. =어느 정도는. 영어 교사였던 어머니는 나에게 글쓰기와 독서를 독려했다. 화가였던 아버지는 시각예술을 익히도록 도와줬다. 두분 모두 내게 변호사나 회계사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범죄자나 마약상이 아니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미디와 연기의 재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연기는 9살 무렵부터 연극 무대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 만드는 작품은 캐릭터가 다양하지 않아 연기자 생활은 금세 싫증났다. 그래서 내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극단에 있을 때 친구들과 <몬티 파이손> 비슷한 쇼를 함께 만들었던 것이 코미디의 시작이었다.

-영화는 다른 예술과 달리 일정한 기술이 필요한데 어떻게 독학으로 익혔나. =영화나 TV에서 연기를 하면서 스탭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아 저렇게 하는 거군’ 하면서 혼자 익혔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를 봤다. 내 생각에 영화 만들기를 익히기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처음엔 즐기고, 그 다음에는 신별로 나눠 보고, 다시 숏 단위로 쪼개 보면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찍혔는지 분석된다. 그러고는 만드는 거다. 내가 영화에 대해 배운 것의 대부분은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얻었다.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실수를 저지르면 장편을 만들 때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된다. 만약 장편영화를 만들다 큰 실수를 저지른다면 다시는 영화를 만들 수 없게 되지 않나. (웃음)

-<독수리 대 상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이 내 여자친구인데, 우리는 여러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다 한 여자가 로맨틱코미디 같은 데서는 볼 수 없는, 조금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 뒤 여기에 덧붙여 이야기를 만들었고 각 신을 만들어나갔다. 이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누가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는 얘기다.

-<독수리 대 상어>를 뉴질랜드에서 만들었는데, 영화 제작 여건은 어땠나. =뉴질랜드의 영화산업은 굉장히 작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알고 지낼 정도다. 물론 내가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은 영화를 만드는 데 이점을 제공했다. 2005년 5월 시나리오를 썼고 11월에 촬영을 모두 마쳤는데, 단편영화 시절부터 함께해온 스탭들과 작업하다 보니 일이 굉장히 쉬웠다.

-뉴질랜드를 사랑하나. =거기에서 사는 건 행복하다.

-당신의 영화를 보면 꼭 뉴질랜드를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그거야 뉴질랜드를 좀더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려는 것일 뿐이다. 만약 뉴질랜드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누가 보러 오겠나. 얼마나 지루할까.

-당신은 그동안 유머와 휴머니즘을 담은 영화를 만들어온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만들 계획인가. =그렇다. 그런 영화를 계속 만들 생각이다. 나는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영화를 만들 능력이 없다. (웃음) 그런 건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 계속 코미디와 드라마를 혼합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실제 삶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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