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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돌발퀴즈
이지미 2008-03-28

<씨네21>을 읽고 있는 독자를 만날 때면 곁눈질로 그가 읽고 있는 페이지를 살피게 된다. 지난주 <씨네21>을 읽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면 가방 속 이번호 <씨네21>을 살며시 건네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아멜리에>의 아버지가 봤다면 심각한 심장병이라 진단내릴 만큼 가슴이 쿵쾅 쿵쾅거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곤 한다.

매주 금요일, 여전히 인쇄소의 온기가 남아 있는 <씨네21>을 볼 때면 가장 먼저 커버스토리 면을 찾아 배우가 사인한 수첩사진을 확인하고 더 많은 독자들이 씨네21 홈페이지에 있는 ‘돌발퀴즈’에 응모해주길 바란다. 촬영현장에서 배우는 ‘돌발퀴즈’를 낼 때 놀랄 정도로 성심을 다한다.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생기는 수많은 장애물도 독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 준비되는 시간에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 같다. 가끔은 지금까지 다른 배우들이 했기 때문에 하겠다고 하는 경우와 이해관계에 의해 인터뷰를 못하는 경우도 있기에, 모두가 모든 현장이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좀더 새롭고, 좀더 재미있는 질문을 찾으려 애쓰는 배우들이 기특하다. 돌발퀴즈내는 것이 쑥스럽다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한 배우, “이건 너무 쉽지 않을까요?” “이건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를 연발하며 퀴즈를 내기 위해 애쓰는 배우까지 그들이 온기와 미소를 쏟아내는 요술쟁이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현장이 많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돌발퀴즈에 정이 들어간 배우를 볼 때면 그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 많은 관객과 독자들의 관심을 바라게 되지만, 배우의 인기나 영화의 흥행에 따라 돌발퀴즈 응모자 편차가 심할 때가 많아 속상함과 미안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런 마음도 위안받을 곳이 있다. 바로 댓글이다. 정답과 함께 적힌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이 글은 배우가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소짓게 만드는 댓글이 많다. 어느 네티즌은 <씨네21>에는 선물을 주는 곳만 댓글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돌발퀴즈는 댓글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독자에게 진정 ‘깜짝선물’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진실로 배우와 영화를 사랑하여 한줄의 댓글을 남겨주는 독자의 글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그 힘이 ‘깜짝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배우가 사인을 하거나, 퀴즈를 낼 때의 표정이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면, 그 기운이 전해진다면 선물의 주인공은 몇배 더 즐거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지 못하는 데 책임을 느낀다. 선물이 주는 수만 가지 사랑스런 느낌들을 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늘 가방 속에 넣어다니는 <씨네21>도 이번주 <씨네21>을 읽지 못한 독자에게 주고 싶은 깜짝선물이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당황스러운 일일 테고, 받고 싶지 않는 선물일 수 있겠지만, <씨네21>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무조건 좋아지는 마음 때문에, 가방 속엔 언제나 <씨네21>이 들어 있다. 언젠가 만날지 모르는 그 사람들 중 이 지면을 읽은 독자가 피식 하고 웃으신다면 분명 내게도 깜짝선물을 주시는 거다. 그날은 로또를 사야 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