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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놀자> 또 조폭영화?
2001-11-06

올해 들어 조직폭력배(조폭)를 다룬 영화들에 관객이 몰리는 것에 비례해, `또 조폭영화야?`라는 짜증도 늘고 있다. 그 짜증의 바탕에 조폭을 미화해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교육적 우려가 깔려있다면, <달마야 놀자>는 해당사항이 없다.

한 무리의 조폭 패거리가 다른 조폭과 싸움을 벌인 뒤 절간으로 피신온다. 큰 스님(김인문)으로부터 체류를 허락받지만 이들이 얌전히 있을리 만무하다. 기왓장을 깨고, 밤중에도 떠들어대고…. 깐죽대고 건들거리면서 스님들의 수행을 방해한다. 이 조폭들에게서 비장미를 찾기란 힘들다. 제멋대로 놀다가 결국 조폭 두목(박신양)이 청명 스님(정진영)과의 주먹 대결에서 얻어터지고 마는 대목에 이르면 이 조폭들은 최소한의 권위마저도 잃어버리고 만다.

조폭이 나오지만, 싸움 잘하는 조폭에게서 멋스러움을 끌어내거나 폭력을 통해 쾌감을 주려는 영화는 아니다. 더 있겠다는 이들 패거리와 그만 나가라는 스님들의 대립을 목격한 큰 스님이 시합을 제안한다. 밑이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쪽이 자기 뜻대로 하라는 것이다. 스님 팀은 한 명이 독안에 들어가 “제가 바로 맑은 물이올시다”라며 서툴은 선문답식의 해법을 내밀었다가, 큰 스님으로부터 퇴짜를 맞는다. 반면 조폭팀은 밑빠진 독을 연못에 빠뜨려 버린다. 어쨌든 독에 물은 찼고, 큰 스님은 이들에게 손을 들어준다. 나중에 조폭 두목이 “왜 저희 편을 들어주었냐”고 묻자 큰 스님은 “네가 밑빠진 독을 연못에 빠뜨렸듯이, 나는 밑빠진 너희들을 내 마음속에 빠뜨렸을 뿐이야”라고 말한다.

<달마야 놀자>는 조폭과 스님의 만남을 통해 조폭은 조폭대로 조그만 깨달음을 얻고, 스님들은 스님들대로 깨달음의 폭과 깊이를 더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기획이 신선하고, 큰 스님의 운치있는 대사와 순탄한 구성에 힘입어 주제의 미덕이 살아난다. 그러나 곳곳에 등장하는 코미디의 깊이는 얕다. 스님과 조폭이 서로 다투며 벌이는 시합이 3천배 올리기에서 족구, 고스톱을 거쳐 369게임에 이르면 연출 의도에 안이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로인해 만약 `또 조폭이야?'라는 짜증이 상투성과 안이함과 관련된 것이라면, <달마야 놀자>에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가 힘들 것 같다.

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