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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맥주 파는 극장, 늘어나나?
강병진 2008-04-01

CGV를 비롯한 멀티플랙스 극장, 맥주 판매하는 지점 확대할 예정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본다.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하다 싶은 모습이다. 그런데 극장 안의 풍경이라면 어떨까? 18살 이상의 관객이 콜라 대신 맥주를 들고 팝콘을 안주삼아 영화를 본다. 생각해보면 극장 매점에 안주가 될 만한 건 지천이다. 건오징어, 땅콩, 알밤, 나초 등등. 맥주만 팔아준다면 맥주가 콜라를 밀어내고 극장 좌석의 컵홀더를 차지할 공산은 매우 커 보인다. 그런데 극장에서 술을 파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한 걸까.

2008년 3월 현재 맥주를 판매하는 극장은 CJ-CGV의 12개 체인이 유일하다. 범위를 확장해보면 이른바 프리미엄 영화관이라 불리는 CGV의 골드클래스, 롯데시네마의 샤롯데관에서도 와인과 맥주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일반 상영관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맥주를 판매하는 곳은 여기가 전부다. 서울의 대학로, 구로, 신도림. 상암점을 비롯해 죽전, 천안, 포항, 대구, 서면, 동래, 대연, 대한점 등이다. 지난 2006년 6월 월드컵 시즌을 맞아 상암점과 인천점에서 맥주 판매를 개시한 CGV는 이후 반응이 저조했던 인천지점에서는 맥주 판매를 철수했고 다른 지점으로 세를 넓혔다.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의 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관람객 가운데 성인관객의 비중이 높은 곳”이며 현재의 “반응을 볼 때 앞으로 지속적으로 맥주를 판매하는 지점을 확대해갈” 예정이다.

까다로운 허가 절차에도 불구, 매출에 긍정적 효과 기대

극장 매점의 대표적인 메뉴는 팝콘과 콜라다. 이 두 가지 종목은 그동안 극장의 수익구조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왔다. 극장이 입장권 수익이 아니라 매점 수익으로 먹고산다는 속설도 여기에서 나왔을 것이다. 말하자면 극장 매점은 기존의 설비투자비를 빨리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자인 셈이다. 심지어 CGV와 롯데시네마는 저마다 식품제조업 회사를 계열사로 둔 곳이며, 메가박스 역시 인수되기 전에는 제과회사인 오리온의 자회사였다. CGV 매점에서 ‘맛밤’을 판매하고 ‘햇반’을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멀티플렉스의 매점은 계열사의 상품을 끌어와 판매하는 또 하나의 유통창구이기도 한 것이다. 이상규 팀장은 “특히 요즘처럼 영화계 전체가 침체기에 있을 때는 매점 매출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극장이 많은 돈을 버는 줄 알지만, 사실 설비투자비를 보면 상영매출로는 적자를 면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다른 제조업처럼 갑자기 매출을 신장할 뚜렷한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CGV뿐만 아니라 현재 다른 멀티플렉스들이 이런 추세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술을 파는 것에 따라, 또 어떤 술을 파는지에 따라 음식점의 법적 인가가 달라지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세대가 오가는 극장이 술을 파는 게 쉬운 일일까.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극장을 만들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 도소매업, 상영업, 전기판매업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더해 술을 판매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추가조건은 현행법상 다음과 같다. 첫째로 입주건물의 사용용도가 ‘근린생활 2종’에 해당되어야 한다. 근린생활 1종이 생활에 꼭 필요한 장소, 예를 들어 슈퍼마켓, 병원, 미용실, 제과점, 정수장, 공동화장실 등이라면 근린생활 2종은 헬스장, 주점, 사진관, 학원 등 생활에 꼭 필요하지는 않으나 있으면 편리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두 번째로는 첫째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관할관청(구청) 위생과를 통해 ‘일반음식점’의 허가를 취득해야한다. 현재 보통 극장 매점은 음식은 판매할 수 있으나, 주류 판매는 허용되지 않는 ‘휴게음식점’으로 허가되어 있지만 매점의 면적과 부가시설 등이 기준에 준한다면 음식과 주류를 함께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었다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관할 세무서를 통해 ‘사업자등록증 주류면허’를 취득하는 것. 위에서 열거한 CGV의 12개 체인은 이 기준에 준해 허가를 받은 곳이며, 맥주 판매가 시행되지 않는 극장은 아직 허가를 시도하지 않거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곳이다. 지난 2006년 월드컵 시즌 동안 목동점에서 한시적으로 맥주를 판매했던 메가박스 역시 이런 과정의 허가를 받았으며, 극장 매점을 위탁운영하는 롯데시네마는 아직 이 허가를 받은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바른 극장 문화를 위해 갖춰야 할 세심한 시스템

하지만 주류 판매를 허가받았다고 해도 극장이 술을 팔기 위해서는 공간의 특성상 더 세심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여러 극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18살 이하의 10대 관객이 맥주를 사려 할 경우, 또 술에 취해 극장 안에서 난동을 부릴지 모르는 관객이 있을 경우, 하다못해 맥주캔을 달그락거리며 다른 관객의 영화감상을 방해할 경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GV쪽은 입장권을 발권한 뒤에도 상영관으로 들어가기 직전, 맥주를 손에 쥔 관객 가운데 성인으로 보이지 않는 이가 있을 경우 따로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있으며, 캔맥주가 아닌 생맥주를 소리가 나지 않는 플라스틱컵에 따라 1인에 한해 2잔까지만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상황 때문에 극장에서 맥주를 판매하는 게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염려되는 건 맥주 판매가 일반화할 경우, 관객이 통제된 양 이외의 주류를 반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롯데시네마 홍보팀의 임성규 과장은 “맥주를 마시다 트림이 나올 경우 주변 관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며 실수로 쏟을 경우에는 콜라를 쏟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냄새로 인한 피해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극장 관계자는 “극장 로비 곳곳에서 술을 마시게 될 경우에는 가족 단위의 관객이 극장을 꺼려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각 멀티플렉스들은 맥주 판매에 긍정적인 호감을 갖고 있는 중이다. 롯데시네마의 경우는 뚜렷한 계획이 없지만, 메가박스는 올 여름을 기점으로 맥주 판매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프리머스와 씨너스 등의 멀티플렉스 또한 시점을 염두에 두지 않았어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휴대폰은 진동으로 하거나 꺼두기, 앞좌석을 발로 차지 않기, 사진이나 캠코더 촬영은 금물 등 외에도 머지않아 또 다른 극장용 에티켓이 등장할 조짐이다.

감자튀김 대신 연근튀김 드세요!

멀티플렉스에서 사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

알고 보면 당신이 극장 매점에서 사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팝콘과 콜라 외에도 다양하다. 멀티플렉스마다 매점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메뉴의 차별성을 꾀하고 있기 때문. 요즘 가장 일반적인 극장 매점 메뉴의 트렌드는 기존의 매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회사 내에 F&B사업팀이라는 이름의 매점운영팀을 꾸리고 있는 CGV는 최근 일반 테이크아웃점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의 커피를 시험적으로 판매하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메가박스는 지난 3월26일 영통점을 오픈하며 패스트리 파이와 에이드 음료 판매를 게시했다. 오리온의 계열사인 베니건스로부터 사사받은 요리법으로 제조하는 것이라고. 오징어, 팝콘 등 기존의 메뉴들을 업그레이드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경우도 있다. 씨너스는 작은 크기의 오징어를 몸통, 머리로 분리해 구운 뒤 ‘몸탱이’(몸통), ‘달탱이’(다리), ‘섞어탱이’(몸통+다리) 등 3종류로 판매하고 있으며 치즈, 바비큐, 갈릭맛 가루를 뿌려먹는 시즈닝 팝콘을 내놓았다. 또한 CGV는 치킨을 갈아만든 치킨팝콘을, 메가박스는 갈릭과 카라멜맛 팝콘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극장 매점 메뉴계에서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트렌드는 바로 ‘웰빙’이다. 팝콘과 콜라가 맛은 있을지 몰라도 건강상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극장에서도 대체식품을 개발한 것.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뻥튀기, 찰떡, 식혜, 유과 등 한국의 전통음식들이다. CGV는 이를 웰빙콤보란 이름으로 묶어서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프리머스는 웰빙 트렌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곳이다. 캔음료가 아니라 실제 얼음이 떠 있는 식혜와 수정과를 비롯해 야채칩, 꿀약과를 판매하는데, 궁극의 웰빙메뉴는 일명 ‘토란스틱’으로 불린다는 ‘연근튀김’이다. 프리머스쪽은 “팝콘이 너무 달아서 싫어하는 관객이나 중장년층의 관객을 겨냥한 메뉴”라며 “올해부터는 프리머스의 모든 직영점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녕 극장에서 먹지 못할 음식은 없는 걸까. 하지만 많은 극장 관계자들은 극장 매점은 다른 휴게음식점과 달리 많은 음식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상규 CGV홍보팀장은 “관객이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팔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영화관람에 방해가 되는 냄새나 소리가 나는 음식들은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