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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스키 차스키> 미혼모 엄마, 뭐가 어때!
2001-11-06

똑똑한 데다 귀엽기까지 해서 어른들을 위로해주는 어린이. <차스키 차스키>의 주인공 차스키는 어린이를 내세운 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캐릭터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대담하고 급진적이기까지 하다. 미혼모가 너무 당당하고, 그 아들 차스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다. `아버지 없는 아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과, 그걸 딛고 성장하는 차스키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도 오산이다. “엄마가 미혼모이면 뭐가 어떤데?”라고 되묻는 듯한 태연한 말투로 이 독특한 가정의 이야기를 예사롭게 풀어놓는다.

스웨덴에 사는 차스키(사무엘 하우스)의 엄마는 그리스에 놀러갔다가, 훤칠한 이목구비와 구릿빛 피부의 바다 사나이를 만나 잠깐 동안의 로맨스에 빠졌다. 뒤끝없이 `쿨'하게 헤어지고 스웨덴으로 놀아왔더니 뱃속에 차스키가 들어 앉았다. 그렇게 태어난 차스키가 열살 안팎쯤 됐을 때부터 영화가 시작한다. 차스키는 밴드를 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엄마의 남자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어느날 동네 경찰 아저씨를 만나 사귀게 되고, 이 아저씨를 엄마와 맺어주려고 꾀를 낸다. 하지만 이 아저씨를 친구로 여길 뿐 그에게서 아버지를 떠올리는 건 아니다.

차스키에게는 아버지의 정체가 뚜렷하다. 엄마가 그리스에서 찍어온 아버지의 사진(지중해를 배경으로 막 잡은 문어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 속의 아버지는 젊고 멋있다)을 제 방에 걸어놓고는, 아버지를 만날 날을 기다린다. 아버지에게 보여주려고 잠수 연습도 한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보고 싶어 안달하지 않는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할때는 여느 아이처럼 명랑하기만 하다. 그해 겨울 차스키는 엄마를 졸라 그리스로 간다. 엄마는 처음 로맨스 이후로 한번도 아버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나 이름만 알고 찾아낸 아버지는 사진과 달리 배도 나오고 그리 멋있지도 않다. 실망! 모른척 하고 돌아오려다가 결국 재회하고 (아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아버지로서는 재회가 아니지만), 차스키와 엄마는 아버지를 두고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배가 나왔어도 웃는 표정이 자상하고 문어잡는 솜씨도 날렵하다. 차스키는 그 아버지가 충분히 좋지만 “다시 놀러 올께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아버지도 웃으며 보내준다. 스웨덴으로 돌아와서 엄마와 이전처럼 장난치며 웃는 차스키. 희한한 가족이지만 희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안쓰러운 느낌이 긴 여운을 남기는데, 그게 보통 사람들 사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다. 리얼리티가 있는 걸까. 독신자가 40%를 넘고 미혼모도 많은 스웨덴에서 이 영화의 원작소설은 베스트셀러였고, 영화도 99년 흥행 1위를 했다. 주인공 여자인 엘라 렘하겐(36)이 감독했다. 10일 개봉.

임범 기자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