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DVD > DVD
제인 오스틴 입문자들을 위한 친절한 지침서, <제인 오스틴 북 클럽>
ibuti 2008-04-18

제인 오스틴과 관련된 DVD들이 인기 일로에 있다. <BBC>판 <맨스필드 파크>, <이성과 감성>과 커렌 조이 파울러의 소설을 각색한 <제인 오스틴 북 클럽> 등 최근에 나온 것만 세편이고, 기출시작들도 스테디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지 오래다. 사정이 이러니 오스틴이 영화인이라도 된 양 그녀의 영화가 좋다는 사람이 사방에 넘쳐난다. 그런데 오스틴을 대중적인 소비품목으로 바꿔놓은 사람들이 그녀의 소설을 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여기 ‘제인 오스틴 북 클럽’에 모인 사람들은 좀 다르다. 오스틴을 ‘삶의 활력소와 지침’으로 삼는 그들은 그녀의 여섯 작품을 이야기하고자 북 클럽을 결성한다. 여섯 번의 결혼 경력을 가진 버나데트, 20년 결혼 끝에 파경을 맞은 실비아, 실비아에게 새 남자를 찾아주고 싶은 독신녀 조슬린,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한 프랑스어 선생 프루디, 매사에 열정적인 실비아의 딸 알레그라, 얼떨결에 가입한 SF소설 마니아 그리그가 여섯 멤버의 면면이다. 웹과 익명에 익숙한 요즘 시대에 북 클럽이란 설정부터 꽤 그럴싸한데, 돌아가며 멤버들의 집에 모인다는 방식이 고전적인 설렘을 불러일으키는데다 문학과 삶을 토론하는 자리여서 지적 허영을 채우기에도 그만인 터다. 2월에 <엠마>로 시작한 북 클럽이 <맨스필드 파크> <노생거 사원>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그리고 <설득>을 읽으며 7월을 맞이할 동안, 멤버들과 그들의 가족간에 벌어지는 실수, 싸움, 질투, 미움, 애정, 화해, 긴장, 죽음이 그들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오스틴이 창조한 인물이 반영된 여섯 캐릭터’라는 원작자의 의도에 충실을 기하려던 감독 로빈 스와이코드의 노력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짧은 영화 안에 여러 등장인물마다 고유한 개성을 부여하는 게 쉽지 않았던 듯, 억지로 끼워맞춘 성향에는 깊이가 모자라고 인물간의 상호작용과 교감이 기대에 못 미친다. 하지만 오스틴의 팬이라면 엠마, 패니 프라이스, 앤 엘리엇, 매리엔 데시우드, 캐서린 몰랜드가 모던한 대리인의 모습에 박혀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움일 것이며, 등장인물들이 모두 오스틴의 지상명제인 사랑에 빠지면서 행복해지는 결말도 진부하지만은 않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좋은 편이다. 수준급의 영상과 소리를 담은 DVD는 할리우드의 노련한 스탭이 참여한 작품의 경우 그 외형이 낮은 예산, 짧은 제작기간과 별 상관이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감독, 배우, 편집자, 제작자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입심을 겨루는 자리 같다. 제작에 얽힌 기억과 사연들을 떠들썩하게 풀어내는데, 몇몇은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 배우들이 오디션 당시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상대역과의 키스신을 넣어달라고 주문한 배우가 누구였는지, 캐시 베이커가 진짜로 뜨개질을 했는지, 오스틴 전집으로 포장된 책 안에 누구의 소설이 들어 있는지, 커피를 공짜로 제공한 유명 커피숍이 어디인지, <스타워즈>의 팬이 두려워 재녹음한 대사가 무엇인지 등이 궁금하다면 그야말로 웃음천지인 음성해설 안에서 답을 찾을 일이다. 기타 부록으로 다섯개의 특집영상을 수록했는데, 다소 평범한 ‘제작 뒷이야기’(19분)와 ‘시사회현장’(3분), ‘7개의 삭제장면’(7분)은 건너뛰더라도 ‘제인 오스틴의 삶’(22분)과 ‘북 클럽 멤버 분석’(12분)은 꼭 봐야 한다. 감독과 두명의 전문가가 오스틴의 삶과 작품을 설명해주는 전자는 초보자용 제인 오스틴 입문서로 손색이 없으며, 각본과 연출을 겸했던 스와이코드가 오스틴의 인물과 영화의 주인공을 비교, 분석하는 후자는 영화를 새롭게 보도록 만든다. 자신의 해석에 따라 파울러의 원작 소설을 약간 변형했다는 그녀는 각본가 출신답게 인물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