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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터뷰]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비앙카
김도훈 2008-04-23

“제때 옷 갈아입혀주는 남자가 좋아요”

-한국을 방문하신 연유가 뭔가요. =교제하던 분과 헤어진 뒤 이 나라 저 나라 염가처리로 떠돌다 여기까지 왔어요.

-교제한 분이라면. 혹시 라스씨 말씀이신가요. =네, 그분. 아니, 그놈.

-라스씨와는 어떻게 만나셨던 건가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www.realdoll.com을 통해 만났어요. 러시아 마피아의 스트립걸로 일했던 나타샤랑 도쿄의 직장에서 일하다가 뛰쳐나온 미도리도 있었는데. 라스씨는 저를 택하셨어요. 제 가무잡잡한 피부가 이국적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했던가.

-라스씨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엔 싫었죠. 알다시피 라스씨가 좀 파리하고 창백하잖아요. 천년만년 집에만 박혀 있는 히키코모리처럼. 게다가 저는 제 출생이 별로 부끄럽지 않은데 라스씨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형 부부한테 저를 소개하면서 수녀들과 자란 선교사 출신이라기에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얼마나 싸웠는지. 사실 저는 브라질 출신이고 교회는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처음으로 라스씨에게 애정을 느낀 게 언제인가요. =저를 교회에 처음으로 데려갔을 때. 네. 그때였나봐요. 마을 사람들이 참 좋았어요. 흘끗흘끗 쳐다보는 남자들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남자들이란 원래 그렇잖아요.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항상 휠체어 신세를 졌는데 다들 친절하게 휠체어도 밀어주시고….

-워낙 아름다우시니까요. =(수줍게) 푸훗. 그 말씀은 아까 하셨어요.

-근데 라스씨는 당신이 죽었다며 장례식까지 열었잖아요. 당신을 땅속에 파묻고는 마고라는 직장 동료와 함께 산책을 나가던걸요. =정말 화가 났어요. 저는 죽은 적이 없거든요. 멀쩡히 살아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제가 아프다고 질질 짜면서 병원에 입원시키지를 않나. 나중에는 호수에 빠뜨리고는 익사했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 아니 리얼돌을 땅에 묻고 장례식을 하질 않나. 제 애정이 식은 건 그때였어요. 이런 남자. 평생 믿고 살 수는 없겠구나 싶었죠.

-평생 리얼돌과 살 수는 없으니까요. =네? 지금 뭐라고 하셨죠.

-평생 그런 남자랑 살 수는 없다고요. =네. 저처럼 완벽한 여자가 그런 남자 옆에서 평생을 같이하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죠. 남자들 원래 화장실도 안 가는 것 같은 여자 제일 좋아하잖아요. 저는 평생 화장실 갈 일이 없어요. 라텍스로 만들어진 살결은 평생 주름 하나 안 지고 보들보들하죠. 보톡스 값 내놓으라고 악 쓸 일도 없잖아요. 게다가 저는 말도 별로 없어요. 술은 따뜻한 정종이 좋고 여자는 말없는 여자가 좋다며? 그것뿐이 아니에요. 저는 북어처럼 패도 절대 대들지 않아요. 완벽한 신붓감 아닌가요?

-아니 뭐, 세상 모든 남자가 그 따위로 막돼먹은 마초는 아닙니다만. =솔직하시지 않군요.

-(…) 여튼 어느 회사 제품이신지 혹시 말씀해주셔도 괜찮을지….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해요. 이 나라에서는 법적으로 금지가 되어 있다더군요.

-네? 처음 듣는 말입니다만. 대체 어떤 법으로 금지가 되어 있다는 건가요. =글쎄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저를 미국에서 데려오신 사장님이 저 때문에 경찰서에 들어가셨거든요. 풍속을 저해하는 물품이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저처럼 조신한 여자보고 풍속을 저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저더러 물품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기분이 꽤 나쁘더라고요. 여자를 물건 취급하는 나라. 좋은 나라 아니에요.

-그럼 한국에서는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소박해요 제 꿈은. 제때제때 옷 갈아입혀주고 머리도 틈틈이 빗겨주는 다정한 남자요. 사람들 시선이 좀 불편하니까 혼자 사는 남자면 더 좋겠죠. -저도 혼자 살긴 합니다만. 얼마 전에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가서 집도 깨끗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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