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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보는 TV] 욕먹든 칭친받든, 반응이 있어야 성공?

네티즌에게 상반된 반응을 불러일으킨 KBS <개그콘서트>와 MBC <무한도전>

인터넷 게시판에 ‘도배질 금지’ 경고가 나붙을 정도로 욕을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이 남자, 맷집 좋다. “시청자의 안티, 네티즌의 안티”를 자처한 KBS <개그콘서트> ‘2008 봉숭아학당’의 왕비호(윤형빈). 슈퍼주니어, 빅뱅 등 주로 아이돌 그룹을 골라 막말을 일삼던 왕비호는 “어이, 소녀시대! 노래도 좋고 연기도 좋은데… 니들 학교는 제대로 나가냐?”며 소녀시대 팬들을 자극하더니 “SS501은 무슨 청바지 이름이냐?”고 연타를 날렸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에 등극한 한편 실시간으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기록도 세웠다. 급등하는 게시판 악플에 대해선 “험한 말 한 것들, 다 초딩이지?”라고 이죽거렸다.

게시판이 후끈 달아올랐다. 맹렬한 비난이 쏟아지고, “봉숭아학당에서 왕비호 빼라”, “봉숭아학당 문 닫아라” 요구가 빗발친다. 왕비호 물만났다. 기하급수적 안티팬 확산의 꿈이 이토록 빨리 이루어질 줄이야. 아이돌 그룹 팬들의 유별난 스타 사랑을 자신에 대한 관심어린 분노로 바꾸려는 그의 엉큼한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다음과 같은 댓글이 왕비호의 성공을 웅변한다.

“소녀시대 팬 20만, 슈퍼주니어 팬 30만, 빅뱅 팬 10만, 원더걸스 팬 10만, SS501 팬 30만, 합치면 100만입니다. 100만명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권성준)100만 시청자를 포섭하는 힘, 왕비호에게 있다. 그의 소중한 안티팬들은 친절하게 다음 타깃도 알려준다. “팬이 80만명 넘는 동방신기는 겁나서 못 건드리나요, 몰라서 안 까나요.”(박소희)

왕비호가 거칠고 험한 댓글의 파고를 넘는 동안, 방송 100회 맞은 MBC <무한도전>에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롤러코스터 안에서 자장면을 먹은 정준하의 ‘식신 투혼’에 칭찬과 격려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네티즌은 또한 <무한도전>이 200회, 300회까지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정성스런 ‘논문’을 앞다퉈 게재했는데, 먼저 “김태호 PD는 초심으로 돌아가 리얼리티쇼의 본좌를 넘보는 <1박2일>을 확실히 따돌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양동근·김동민)고 촉구하면서, “멤버들이 피곤한 상태에서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녹화를 하는 것은 역효과”(김경훈)라고 지적하고, “다양한 시청층을 고려해 아줌마들의 장보기, 취업준비생들의 구직활동, 노인을 위한 실버 놀이문화 정착 등 도전종목을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자”(정명흔)고 제안했다. “제7의 멤버로 (생김새가) 멀쩡하면서도 엉뚱한 외국인을 영입하면 <1박2일>의 이승기와 흡사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김종선)이라며 ‘적에게 배워 적을 꺾는’ 고수의 자세를 권한 이도 있었지만, 누가 뭐라 해도 <무한도전> 제7의 멤버는 ‘자막’이고, 제8의 멤버는 제작진의 고민과 고충까지 헤아리는 시청자일 터다.

그럼에도 최근 댓글가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이는 왕비호나 정준하가 아니라 ‘미세스 무운∼’인데, 5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요리를 제대로 배웠고 주말 점심 식탁에 특히 신경을 쓴다”는 것 외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정작 본인은 말이 없는 편이고, KBS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에서 부잣집 여왕님으로 나오는 장미희의 소개로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드라마에서 집안일 도우미로 출연하는 분들은 대개 출신 지역을 따져 ‘∼댁’으로 불렸으나 ‘미세스 무∼운’은 그 유구하고 식상한 호칭에 일침을 가했다. 장미희가 특유의 느리고 부드러운 어조로 부르는 “미세스 무운∼”은 이 드라마의 명대사로 등극했고, “회를 거듭할수록 빠져드는 중독성이 있다”(느릅나무)는 극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