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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치색, 경험해보실라우?
구혜진 사진 정용일 2008-05-08

OCN <메디컬 기방 영화관>의 새 시리즈 <경성 기방 영화관> 촬영현장

조선 후기 한양에 차려진 성클리닉 ‘영화관’이 1920년대 경성에 재개점했다. 지난해 11월 “조선시대 방중술과 기생들의 이야기”란 섹시한 출사표를 던진 영화채널 OCN의 <메디컬 기방 영화관>은 올 초 종영한 뒤 고작 4개월 만인 5월17일부터 주말 밤 12시에 시즌2 <경성 기방 영화관>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기녀 대신 일본 동경대 의대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한 신여성이 기방의 안주인으로 자리하고, 가수와 순사 등 새로운 직업군이 달라진 시공간을 뒷받침한다.

지난 4월29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세트장에서는 전편의 ‘히로인’ 서영을 비롯해 새로 합류한 채민서, 김청, 추상록, 권민 등이 30%가량 남은 분량을 촬영하고 있었다. 2층짜리 양옥으로 달라진 영화관 안은 목조가구, 샹들리에 등으로 아늑하고 고풍스럽게 꾸몄다. 세트장은 매캐한 연기에 휩싸여 있는데, 경성 기방은 명도가 높았던 전편에 비해 은은한 파스텔톤으로 채색될 예정이다.

한복을 벗고 양복을 입은 서영의 S라인 몸매는 한층 확연하다. 핑크색 미니 원피스를 차려입고 가슴골과 쭉 뻗은 다리를 시원하게 드러냈다. 도회적인 느낌의 짧은 단발머리, 빨간 립스틱과 고양이 눈처럼 한껏 치켜올린 눈화장이 도발적이다. 서영은 영화관의 으뜸 치색(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성행위) 기녀 출신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경성 최고 섹시 가수로 새 인생을 시작하지만, 영화관의 새 주인 정선(채민서)의 끈질긴 요구로 복귀하는 ‘차화연’ 역을 맡았다. “전편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이라 한의학에 기반한 방중술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개화기로 바뀌었기 때문에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접목된 기술과 정보를 선보여요. 치색 선배인 만큼 다른 연기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죠. (웃음) 남자의 시선은 여자의 손끝에 멈춘다고들 하는데, 전편의 ‘매창’이 대담한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했다면 화연은 젖은 눈빛과 말투, 표정, 뒤태와 걸음걸이 등으로 한층 세심하게 유혹해요. 한국판 <색, 계>를 찍고 싶다는 욕심으로 베드신에도 임했죠.”

의학도 출신의 새 안주인 ‘정선’ 역을 맡은 채민서는 지적이면서도 낙천적인 캐릭터다. 때문에 다른 기생과 같은 농염한 눈빛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대신 연인인 김선우(권민)와의 사랑에 주목해달라고 귀띔한다. “정선은 엘리트지만 당시 시선으로 봤을 때 ‘날라리’이기도 하죠. 김선우와 자유연애를 하는데 그가 실은 영화관의 보물을 탐하는 ‘요시하라’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눈물을 쏙 빼요. 전편을 재미있게 봤는데 설마 제가 시즌2에 출연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치색은 단순히 야한 게 아니고 아픔을 치료하는 아름다운 행위란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성인방송 빼고는 이런 드라마는 흔치 않잖아요. 노출이 많고 섹시한 캐릭터의 다른 여배우들이 부럽지는 않아요. 캐릭터가 다를 뿐이죠. 가끔 서영씨 치마가 너무 올라갔다 싶으면 내려주고, 극중 치색과 관련된 용어는 서영씨에게 물으면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김청과 추상록 등 중견배우들의 코믹 연기도 볼거리다. 영화관 주방 ‘개성댁’을 맡은 김청은 한 많은 기생들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걸쭉한 입담을 자랑한다. 추상록은 영화관의 한 기녀를 흠모해 엉뚱한 사건을 벌이는 일본인 순사 ‘나카무라’ 역으로 웃음을 더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전편에서 코믹한 캐릭터인 이계인씨를 부각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추상록, 김청씨 등을 내세워 스토리 안에 자연스레 녹여내면서 ‘코미디’도 극의 중요한 한축으로 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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