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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이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세상에 이런 일이
김소희(시민) 2008-05-12

주변의 육식주의자들 가운데 5월15일부터 검역창고에 쌓여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풀리면 쇠고기를 끊어야 할지 모른다며 아침저녁으로 쇠고기를 먹는 이들이 늘고 있다. 흡사 휴거론에 씌인 말세론자들 같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같이 먹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결정에 가장 발끈한 이들은 엄마들이다. 미주 한인회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했다는데, 이에 반박성명서를 낸 이들도 미국 거주 한인 주부들이다. 이들은 미국 캔자스주의 한 업체에서 지난 4월에도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 있는 소의 편도를 제거하지 않은 채 유통했다가 냉동 소머리 40만6천파운드를 리콜하는 사태가 일어났다면서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해제한 졸속 협상을 무효화하라”고 촉구했다.

확실히 엄마들이 뿔나면 무섭다. 아침마다 눈 벌건 엄마들이 한둘이 아니다. 밤새 인터넷 뒤지고 육아 사이트에 퍼나르고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글 올리면서 잠을 설친다. 엄마들도 전교조의 사주를 받아 이러나? 이런 여론을 괴담이나 유언비어 탓으로 돌리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늘 대한민국 0.01%만 상대하다보면 이렇게 되는가보다. 0.01%에 속하는 엄마들 중에도 광우병 위험물질이 포함된 600여 품목을 줄줄이 꿰는 이들이 적지 않거든? 사람 그렇게 편협하게 사귀면 안 되지. 그러니까 집권 초기치고 지지율이 사상 최고 속도로 급락하는 거다. 국민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를 대라”며 윽박지르는 이 사람들(아니 안전하다는 증거를 당신들이 대야 할 게 아냐), 확실히 ‘M과’(마조히스트)다.

무대책을 유일한 대책으로 하루아침에 ‘30개월 미만 연령 소’나 ‘특정 위험물질 금지’라는 빗장을 풀어버려 국민이 기절초풍할 지경인데, 신실한 우리 장로님은 “믿으라”는 말씀만을 되뇌신다. 차라리 믿고 먹으면 광우병 걸려 죽어도 천국 갈 수 있다고 하시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고는 다음날 “국민 불안 위로용”이었다고 발뺌했는데, 같은 날 총리는 장관의 무책임한 립서비스를 그대로 반복했다. 이번 협상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더라도 한국은 즉각적인 수입거부권이 없다. 미국의 입김에 휘둘리는 국제수역사무국의 결정을 기다려야만 한다. 들끓는 여론에 아랑곳없이 정부는 재협상 불가 방침을 확인하며 5월15일 수입을 재개하는 장관고시를 걸겠다고 했다. 외계인이 백발마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유의 ‘세상에 이런 일이’ 해외토픽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