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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터뷰] 돼지코를 갖고 태어난 ‘페넬로피’의 연인, 자니 마틴
김경우 2008-05-29

“당신도 내 매력에 푹 빠진 거 다 알아!”

-실제로 만나니 같은 남자가 봐도 참 매력적입니다. 특히 헤어스타일과 암청색 눈요…. =그럴 리가! 아침에 머리도 못 감고 나왔는걸요. 게다가 눈은 언제나 퀭하니 풀려 있는데….

-그러니까요. 그렇게 헝클어진 머리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멋있어 보이는 남자는 흔하지 않다니까요. =글쎄요…. 전 제가 멋있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자기가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겉으로는 아니라고 그럽디다. 게다가 후줄근한 재킷 하나만 걸쳐도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잖아요. =키 170cm의 왜소한 사나이일 뿐입니다.

-흠흠…. 외모 외에도 당신은 가진 게 있습니다. 고귀한 혈통에 재력가에다 유명인인 페넬로피양이 곁에 있잖아요. =그건 그녀의 이야기지, 저하곤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전 여전히 비전없는 백수일 뿐입니다.

-아니, 혹시 어릴 때 심각한 트라우마라도 겪었습니까? 왜 그렇게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거예요? =배관공의 아들로 태어나 밤마다 노름이나 하고 심지어 명문 귀족가의 아들 ‘맥스’라고 거짓말이나 하고 다니는 놈인데 그럴 수밖에요. 사실 페넬로피에게는 명문가 아들인 에드워드가 더 어울릴지 모르죠. 전 “그들과 같은 부류”가 아닙니다.

-천하의 겁쟁이에다 썩어빠진 마마보이요 “남자 손등이나 핥는 에드워드 험프리 벤더맨 3세”보다야 당신이 더 페넬로피양과 어울리는 부류죠. =하긴! 처음에 돼지코의 페넬로피를 봤을 때 그 녀석처럼 혼비백산해서 도망가진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요. 그리고 사실 전 그녀의 돼지코가 그렇게 흉하지 않던데요. 영국 사람들 눈이 너무 야박한 거 같아요. =아! 정말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전 제 눈이 잘못된 줄 알았죠. 저주가 풀려 사람코를 가진 지금 모습도 좋지만 사실 그녀가 돼지코였을 때부터 끌렸다니까요.

-그럼요! 귀엽기만 하던걸요. 그리고 그런 코를 ‘복코’라 부른답니다. 그러고 보니 여자 보는 눈도 탁월하시군요. =그렇게 자꾸 칭찬해주시니 은근히 기분은 좋군요. 세상에 저처럼 한심한 놈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저주받은 놈이라고….

-동화 속 주인공들은 누구나 저주가 풀리면 훨씬 나은 모습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요. 그러면서 현재의 모습을 혐오합니다. 사실 지금 그대로의 모습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죠. 그렇게 스스로를 부정하는 건 저주의 힘이 아니라 스스로 저주를 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갑자기 다크 서클 낀 퀭한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전 지금 당신의 모습이 부럽기만 합니다. 마치 아름다운 모습을 숨기고 있다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헬레보루스 오리엔탈리스’와도 같다고 할까요. =아…!(부스스한 머리에 번지르르하게 기름기가 돌기 시작한다.)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세요.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사랑스럽습니다. =“펑!”(저주가 풀리는 소리)

-아,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하하, 드디어 저주가 풀렸어요. 여자가 아닌 남자의 진정한 사랑을 받으면 풀린다는 그 저주에서 말이죠. 덕분에 제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어요.

-아, 그… 그런가요?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뭔가 오해가…. =오해는 무슨 오해? 사랑스럽다며? 시크한 내 매력에 남자인 당신마저 홀려버린 거지.

-(버럭)아니, 그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버럭)거짓말! 내 매력에 푹 빠진 거 다 알아. 난 뭇 여성들의 흠모를 한몸에 받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미남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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