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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무규칙 코미디의 진수, <파빌리온 살라만더>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영화라 줄거리 소개부터 시시콜콜 해야겠다. ‘킨지로’는 150살 된 국보급 도롱뇽의 이름이다. 니노미야 가문은 대대로 킨지로를 관리하는 ‘살라만더 킨지로 재단’을 운영하면서 정부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아왔다. 가문의 막내 아즈키는 농향회라는 단체의 회장이 재단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뒤 킨지로와 함께 도피한다. 한편 킨지로의 엑스레이 사진을 의뢰받은 엑스레이 기사 호이치는 작업장으로 숨어든 아즈키와 킨지로를 보고 기겁한다. 한번도 만나지 못한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즈키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호이치는 그녀의 엄마를 찾아 나선다. 여기부터 영화에 대한 어떤 짐작도 금물이다. <파빌리온 살라만더>에는 당신이 상상한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으며, 평범한 내러티브나 논리적 연결 같은 건 철저히 거부당한다. 혹자는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를 떠올릴 법도 하지만, <파빌리온 살라만더>는 어떤 장르에도 관심을 두지 않거니와 당연하게도 장르의 규칙 따위를 해체하려는 의도 또한 없다. 만국박람회가 열린 1867년의 파리와 현대의 일본을 통해 시공간적으로 상당히 두터운 텍스트를 만들려고 했다는 도미나가 마사노리 감독은 현실 여건으로 인해 얄팍한 내용과 억지 스타일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감독이 별뜻없이 찍었다는 장면들과 이해 불가의 이야기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간혹 초현실의 영역까지 발을 뻗는 영화의 비현실성, 조금씩 얼이 빠져서 도리어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어울려 놀이하듯이 감상한다면 괜찮을 무정부적 코미디이며, 주연을 맡은 오다기리 조와 가시이 유우가 촬영 도중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는 바람에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DVD 영상이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음량이 떨어지는 편이므로 볼륨을 올린 다음 시청할 것을 권한다. 메이킹필름에 해당하는 ‘후에고 엑스포 2006’(34분)은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나 유심히 관찰하면 흥미로운 현장을 담고 있다. 감독, 스탭, 배우의 공감대 형성에 맞춰 흘러가는 현장의 모습은 “거의 모든 장면이 애드리브로 구성됐다”는 가시이의 말 그대로다. 내용을 이해할 수 없던 오다기리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감독은 “근데 그런 게 제일 재미있거든요”라고 대답하는데, 그때 오다기리가 짓는 헛웃음은 나중에 영화를 본 관객의 뜨악한 반응을 예견한 것이다. 가시이와 오다기리의 인터뷰(12분)는 그들에게도 낯설었을 영화와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고, 감독 인터뷰(13분)에서 도미나가는 최초 아이디어와 완성된 영화의 차이를 설명한다. 과장이 더 심했다는, 그리고 제목에 더 어울린다는 오리지널 대본은 과연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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