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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영화천국으로 오세요, 서울LGBT필름페스티벌
문석 2008-06-04

6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성소수자의 영화축제 서울LGBT필름페스티벌(SeLFF)이 6월4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7년 동안 ‘무지개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던 이 행사는 지난해부터 성소수자의 다양성을 좀더 개방적이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려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인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Transsexual)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9개국에서 초청된 20편(국내작품 4편)을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의 작품들은 ‘Enjoy yourSeLFF’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대중성을 좀더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회의 아웃사이더로서 고통받는 성소수자를 조명하던 기존 프로그래밍과 달리 로맨틱코미디, 멜로드라마뿐 아니라 호러, 스릴러 같은 주류 장르영화 형식을 차용한 LGBT영화들을 대거 선정했다는 주최쪽의 설명이다.

<주말에 생긴 일>

<마크와 클레어>

이러한 경향은 개막작인 <주말에 생긴 일>(3-Day Weekend)에서부터 드러난다. 지난해 행사에서 상영된 <그대 곁으로>의 롭 윌리엄스 감독의 최신작인 이 영화는 한데 모이게 된 게이 남성 8명의 관계와 심리에 주목하는 변종 멜로드라마다. 두 게이 커플인 쿠퍼와 에이스, 제이슨과 사이먼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이 아는 지인 한명씩을 부르기로 한다. 여행에 변화를 주고 싱글들을 서로 맺어주려던 애초의 취지는 여행지인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틀어지고, 8명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랑은 네 단어>(A Four Letter Word)는 뉴욕을 무대로 한 로맨틱코미디다. 섹스숍에서 일하는 루크는 사랑을 믿는 대신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데 몰두하는 데 반해 가게 동료 지크는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진지한 청년. 그러던 루크는 매력적인 남성 스티븐을 만나 처음으로 진지한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스티븐의 본질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여기에 결혼을 앞두고 들러리가 될 줄 알았던 여자친구에게서 키스를 받은 뒤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여성 마릴린의 이야기가 결합되는 이 영화는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경쾌한 영화다. <챈스의 호기심>(The Curiosity of Chance) 또한 모든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10대 청춘코미디다. 80년대 유럽의 어딘가에 있는 국제 고등학교로 전학온 챈스는 특이한 패션과 취향 때문에 금세 게이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그는 학교의 다른 왕따들과 함께 당당하게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그는 드랙퀸 쇼에 출연하기도 하고 한눈에 반한 이웃집 소년 리바이와의 사랑을 키워나가기도 한다. 주옥같은 80년대 록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영화의 포인트. 게이 전용 사우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타이코미디 <클럽 M2>(Club M2)나 게이 사진작가의 실종사건을 쫓는 여성 사립탐정의 이야기를 파격적인 노출신과 함께 보여주는 스릴러영화 <2분 후>(2Minutes Later), 시트콤 형식으로 성소수자 운동의 전환점이었던 스톤월 사건을 코믹하게 묘사하는 <내친구 부치 리카>(Lez Be Friends)도 장르적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스펜서 실리 감독의 <하우스 보이>(The Houseboy)는 한 소년의 외로움과 방황을 그린 문제작이다. 게이 커플과 함께 살아가던 소년 리키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커플이 여행을 떠나자 돌연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러 남성을 닥치는 대로 만나 섹스를 나누고 마약을 복용하지만 그의 내면은 더욱더 황폐해진다. 감성적인 음악과 정교한 촬영이 돋보이는 영화. 폐막작인 <마크와 클레어>(Red Without Blue) 또한 성적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진지하고 심도있게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다.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마크와 알렉스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중학교 1학년 때 커밍아웃한 알렉스는 고등학생이 될 무렵 자신이 여성임을 깨닫고 이름도 클레어로 바꾼다. 3년 넘는 기간 동안 촬영된 이 영화는 알렉스와 클레어의 비극적이고 슬픈 과거뿐 아니라 자신의 성기까지 전환시켜 완벽한 여성이 되려는 클레어와 이를 바라보는 마크의 모습, 그리고 두 아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성소수자 안에서도 소외됐던 그룹 트랜스젠더를 조명하는 ‘트랜스젠더 다큐멘터리 특별전’과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퀴어 단편’ 부문도 마련돼 좀더 폭넓은 관객층을 맞이할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www.selff.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