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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단편] 한 돼지의 요절복통 정육점 탈출기
박혜명 사진 이혜정 2008-06-04

김도영, 전대환 감독의 <Pork Cutlet>

돼지고기, 정육점 탈출작전. 애니메이션 <Pork Cutlet>은 도살장에 끌려온 돼지와 도축업자간의 (돼지) 목숨을 건 3분짜리 추격전이다. 벽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손질된 돼지고기들과 온갖 종류의 식칼들 사이로 돼지는 죽어라 뛰어다니고 정육점 주인은 번쩍이는 칼을 들고 꽁무니를 쫓는다. 돼지 그림이 그려진 비상구 표시를 따라 마침내 탈출하는 돼지.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Pork Cutlet>은 액션물의 재미와 추격전의 스릴과 유머, 단편다운 스토리텔링의 묘미가 모두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도영씨(왼쪽)와 전대환씨

KT&G 상상마당이 주최하는 ‘이달의 단편영화’ 3월 우수작 중 하나인 <Pork Cutlet>은 홍익대 애니메이션학과 출신인 김도영, 전대환 두 사람의 학교 졸업작품이다. 작품의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린 건 김도영씨. “오로지 상업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단편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추격전이라는 뼈대만 세워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고민하던 중에 우시장을 가게 됐는데, 순전히 그 시각적인 자극 때문이었어요. 정육점이라는 공간의 색감, 비주얼, 미장센 같은 게 좋아서 ‘아 여기에서 재미있는 추격전을 만들어보자’ 생각하게 됐죠.” 그리고 그는 복학 뒤 학교 실습실을 오가면서 가까워진 친구(전대환)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했다. 김도영씨가 기본적인 스토리보드를 완성하고, 거기에 액션과 속도감을 효과적으로 더하는 3D애니메이션 기술 연구쪽은 전대환씨가 주로 맡았다.

1981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학년 때 학교 실습실을 오가면서 가까워졌다. “판단이 신중한 편이고, 뭐든 물 흐르듯 가는 성격인” 김도영씨와 “결정이 빠르고 책임감이 강하며 성실한 편인” 전대환씨. 성향상으로는 정반대인 두 사람이지만 뒤늦게 미술 공부를 시작했단 점에선 비슷하다. 김도영씨는 재미없는 이과 입시생활을 하다가 고3 때 부모 몰래 미술을 시작했다. 입시미술에 대해 알지 못한 그는 조그만 동네 미술학원에서 무작정 그림을 그려갔다. 다른 학생들이 석고상을 그릴 때 그는 공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받고 있었지만 학창 시절이 즐겁다고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만화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형이 그의 학원비를 대주다가 결국 부모님께 일이 알려졌고 미대 지원을 할 수 있었다.

전대환씨 역시 미대를 생각한 적은 없지만 고교 시절 무협만화를 그려서 반에 돌릴 만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지금 보면 그림은 진짜 엉망인데, 그땐 애들도 볼 게 없으니까, 그래서 인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웃음) 노트에 그렸으니까 수업시간에 몰래 봐도 안 걸리고. (웃음)” 미대 가겠다는 아들 말에 부모는 “당연히 반대를” 했고 학원 상담을 하러 갔다가 “미술, 앞으로 돈 됩니다”라는 원장 선생 말에 미대 입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3D애니메이션의 테크놀로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하던 두 사람. “그러면 지금껏 테크놀로지로서 제일 감동받았던 3D애니메이션은 뭐였냐”고 묻자 전대환씨가 서슴없이 답한다. “그런 건 없어요. 물론 기술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트(작품성)도 소용없겠지만 진짜 중요한 건 어떤 한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테크닉을 선택하느냐죠.” “글 쓰는 것과 비슷해요. 글쓴이의 생각이 중요하지 그걸 볼펜으로 쓰느냐 노트북으로 쓰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김도영) “그건 비유가 좀….”(전대환) “어쨌든 테크놀로지 자체로 훌륭한 것도 분명 있고, 그런 걸 볼 때 ‘와…’ 이렇게 되지만 테크놀로지는 시간이 지나면 더 훌륭한 것들이 나오잖아요. 하지만 아트 자체로 감동적인 작품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거든요.” 가장 재미있고 훌륭한 애니메이션으로 <아기 공룡 둘리>를 꼽은 전대환씨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들을 좋아한다는 김도영씨. 두 사람은 현재 합정동의 한 애니메이션 회사에 나란히 근무하면서 내년 방영을 목표로 한 TV애니메이션 <스페이스 히어로>(가제)에 삽입될 15초 내외의 브리지 애니메이션을 공동작업 중이다. 장르는 슬랩스틱코미디. 테크놀로지보다는 아트가 우선돼야 한다는 두 사람의 또 다른 합작품에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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