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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존스가’를 물리친 ‘바흐찬가’의 힘

인도 마피아 세계를 다룬 발리우드 블록버스터 <사르카르 라즈>

<사르카르 라즈>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인도의 멀티플렉스를 점령하는가 싶더니 6월6일 람 고팔 버르마 감독의 <사르카르 라즈>(Sarkar Raj)가 개봉하면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버르마 감독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72년작 <대부2>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것이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주요했지만 <사르카르 라즈>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캐스팅에 있다. 인도영화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아미타브 바흐찬과 그의 아들 내외, 아비섹 바흐찬과 아이쉬와라 라이 바흐찬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그야말로 ‘바흐찬가(家)’의 영화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2005년에 개봉했던 <사르카르>의 속편이지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인도 서부의 경제중심지 뭄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우 힌두 정당인 ‘쉬브 세나’ 수장 일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미국 엔론사(영화에서는 영국계 회사로 바뀌었다)의 인도 진출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발전소 건설을 위해 찾아온 한 영국계 회사는 발전소가 들어설 자리에 위치한 5개 마을 4만여명의 사람들을 이주시켜야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어렵사리 지역의 지하세계를 통치하는 ‘대부’의 협조를 얻어냈지만 더 어려운 일은 성난 군중의 지지를 끌어내는 일이다. 이어지는 배신과 납치, 그리고 부정부패는 발전소 계획의 꿈을 점차 악몽으로 변질시켜간다. 버르마 영화의 필수요소인 세피아톤의 영상과 독특한 카메라 앵글의 사용은 이번 영화에서는 인도 마피아 세계를 표현하는 데 적절한 도구로 쓰였다. 인도의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영화는 가히 블록버스터급 인도 ‘사회 부조리 고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르카르 라즈>는 현재 인도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호주 등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약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하나 기억할 것이 있는데, 코폴라 감독의 <대부>는 기억에서 완전히 지우고 보시라. 인도 마피아의 지하세계를 구경하는 데 괜한 방해물이 될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