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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원죄의 무거움
김도훈 2008-06-26

<사라져가는 한국의 새를 찾아서> 글·사진 김연수 / 당대 펴냄

도도는 날지 못했다. 천적이 없으니 날 필요가 없었다. 날개는 그냥 폼이었다. 16세기 초 모리셔스섬에 당도한 포르투갈 선원들이 도도를 손쉬운 식량으로 여겼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인간들은 개와 고양이 같은 악당들을 항상 데리고 다닌다(고양이가 얼마나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는 악마들인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그들은 키위새도 아작낼 뻔했다!). 결국 도도는 멸종했다. 그러나 도도만이 유독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건 아니다. 날개 달린 새들마저 매년 멸종해간다. 현재 세계 조류의 1/5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의 새들도 마찬가지다. <문화일보> 사진부 부장이자 생태사진가인 김연수의 <사라져가는 한국의 새를 찾아서>는 사라져가는 한반도 조류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논병아리, 수리부엉이, 박새, 도요새, 소쩍새, 쏙독새, 뱁새, 두루미 등 전래동화에 끊임없이 등장하나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새들의 삶이 담담하게 기록돼 있다. 저자가 전문적인 생태학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오히려 장점이다. 학자들이 꺼려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표현’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덕이다. 한반도를 넘어서 멸종해가는 지구촌 새들의 안위가 궁금하다면 토니 주니퍼의 <스픽스의 앵무새>와 팀 플래너리의 <자연의 빈자리> 혹은 마크 옵마식의 <빅 이어>를 참조하시라. 재미는 보장한다. 그러나 마음 약한 사람이라면 넘어가시기를. 인간이 저지른 원죄를 참다 못해 환경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용솟음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