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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자유, 무질서의 향연
박혜명 2008-06-26

≪Viva La Vida≫/ 콜드플레이/ EMI 발매

‘인생 만세!’란 뜻의 신보의 풀네임은 사실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다. 어떤 창작물 앞에 이런 장황한 제목이 붙으면 의구심을 사기 쉽다. 창작자 자신이 주제를 확신하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인상 때문이다. 게다가 ‘U2의 후계자’ 품새를 취했던 글로벌 사운드의 3집 ≪X&Y≫(2005)로 심한 혼란을 겪었을 올드팬들에게는 이 앨범이 더 아리송할 듯. 외젠 들라크루아의 회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앨범 표지로 사용한 의도는 또 무엇인가. 곤충 더듬이처럼 예민해 있던 1, 2집의 내면성이 부활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 3집의 자아도취적 발산형 음악과도 거리를 뒀다. 주제적 측면에서 3집만큼 두서없고, 사운드의 질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Viva La Vida≫는 원칙없이 자유분방하다. 그런데 그것은 설명 불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귀에 잡히지 않는 멜로디와 의도가 모호한 편곡 및 들쭉날쭉한 곡 구조에 인상이 찌푸려진다면 조금만 인내해보길 권한다. 풍성하고 촘촘하며 낭만적인 사운드의 향연 속에서, 아늑하게 유랑 중인 콜드플레이가 들릴 것이다. 전작들의 사운드를 모두 아우르는 마지막 트랙 <Death And All His Friends>와 첫 트랙 <Life In Technicolor>의 수미쌍관 구조는 더없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