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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지옥화
2001-11-10

A Flower in Hell

한국, 1958, 87분 Korea, 1958, 87min

감독 신상옥 오후 2시 대영2관

6년 전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지옥화>를 보았을 때의 느낌은, ‘그때, 우리에게 저런 영화가 있었다니’ 하는 것이었다. 58년작인 이 영화는 6.25로 인해 ‘지옥의 땅’으로 변해버린 한국사회에 켜켜이 쌓여있던 모순들을, 양공주와 건달이라는 주변인들을 통해 ‘육화’시킨다. ‘미국’으로 표상되는 물질적 욕망을 쫓는 양공주 소냐, 그녀의 애인이자 기지촌에서 밀수와 포주 노릇을 하는 명식과, 그런 명식에게 어머니의 사진을 들이밀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하는 형 동식, 이 세사람이 이루는 삼각구조만으로 <지옥화>가 어디로 향하는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제의식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캐릭터 묘사와 내러티브의 전개 방식이다. 특히 최은희가 그려낸 소냐가 그렇다. 이 ‘요부’는 양공주라는 신분을 비천하게 여기기는커녕, 그로써 새로운 욕망을 꿈꾸며, 명식과 동식, 두 형제를 동시에 유혹한다. 결국 과도한 그녀의 욕망은 명식을 자살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줄곧 봉건적인 미덕을 갖춘 전통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다 미니 스커트에 퍼머머리를 한 관능적인 팜므파탈로 분한 최은희의 이미지는 당대에 스캔들이 되었다고. 신상옥 감독은 현실의 리얼리티를 장르적 관습 안에 능수능란하게 녹여내며, 회고전 명칭대로 ‘시대의 욕망을 연출’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