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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2001-11-10

The Man Who Wasn? There

미국, 2001, 116분 USA, 2001, 116min

감독 조엘 코언 오후 4시 BEXCO

1949년 여름 캘리포니아 북쪽의 소도시. 이발사 에드 크레인(빌리 밥 손튼)은 하루 종일 무표정한 얼굴로 서서 사람들 머리를 깎아준다. 어느날 이발소를 찾은 한 남자가 그에게 돈이 될 만한 사업을 소개한다. 1만달러만 있으면 지긋지긋한 이발소 생활을 청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 크레인은 궁리를 한다. 어떻게 하면 1만달러를 구할 수 있을까? 그는 바람난 아내를 떠올린다. 아내의 정부를 협박해서 1만달러를 뜯어내자는 엉뚱한 생각에 깊이 빠져든 것이다.

40년대 필름누아르 스타일을 빌려 흑백으로 찍은 이번 영화는 사소한 욕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큰 재앙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것이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이중배상>의 작가 제임스 M. 케인의 세계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평범한 인물이 유혹에 빠져 타락으로 치닫는 것은 케인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하지만 코언의 이번 영화가 단순히 옛날 영화의 추억을 되살리는 시도는 아니다. 아주 부드러운 흑백색조의 대비, 나른하게 흐르는 베토벤의 피아노곡,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주인공의 연기 등 영화는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에 취해 있다. 그 모호한 분위기는 도덕과 양심의 기준이 무너지는 게 예상보다 훨씬 쉬운 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부추긴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