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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피를 부를 것이다
장영엽 2008-07-08

폭등하는 기름값에 흔들리는 할리우드

<300>

요즘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기름값이다. 유가 폭등은 지난 겨울의 미국작가조합(WGA) 파업과 최근 우려되는 배우조합(SAG)의 파업에 이어 할리우드에 세 번째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지난 6개월 동안 급등한 유가는 아직까지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곧 피를 부를 것(데어 윌 비 블러드)”이라며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첫 번째 변화는 ‘출장’에서 시작된다. 할리우드, 즉 LA와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은 종종 영화 관계자들이 출장을 가거나 영화 마케팅을 하기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유가가 오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앞으로 아카데미 시즌과 가을 축제 기간이 되면 출장비 책정 논란이 거세질 거다. 예산을 편성할 때 기름값을 걱정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관계자의 말이다. 트레일러나 리무진, 제작 도구를 운영하는 회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원자재 가격은 날이 갈수록 치솟는데, 동업자간 경쟁이 치열하고 고객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탓에 섣불리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는 것. “가격을 5% 올렸는데도 고객들은 기존 가격을 유지하라고 아우성이다. 이윤을 덜 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사업이 남는 장사란 생각은 진작에 버리는 게 좋을 거다.” 드레스룸과 간이주택을 제공하는 ‘빅 샷’의 주주 로버트 파미에리는 이렇게 말한다. 스튜디오의 현지 촬영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서양을 건너 루마니아로, 북미를 넘어 캐나다로 향하며 디젤 연료를 마음껏 사용해온 영화 제작팀은 해외로의 여행이 더이상 쉽지 않다. 최근 미국의 여러 주들은 기존 세금의 40%를 깎아주는 혜택을 제공하며 국내 촬영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히 이득을 볼 수 있는 작품은 <300> 같은 CG영화뿐이라는 것이 <버라이어티>의 생각.

한편 고유가에 대처하는 기업의 생존전략이 제각각이라 눈길을 끈다. 워너브러더스의 CEO 앨런 혼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이용에 앞장서는 반면 디즈니는 이러한 전략이 도리어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타임워너는 예산 절감을 위해 이미 수백개의 일자리를 없앤 상태. “금욕의 기간은 시작됐다. 이제 당신은 누가 어디로 여행하는지, 출장에 누구를 동반할지, 어디서 어떤 영화를 찍을 것인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메이저 제작사 대표의 말은 유가 폭등이 초래한 할리우드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