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기획리포트
[포커스] 제4기 영진위, 어떤 이정표를 선택할까?
강병진 2008-07-08

6월30일 8명의 비상임 위원 명단 발표, 부위원장은 심상민 교수

제4기 영화진흥위원회가 ‘이제야’ 정상업무를 시작했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5월28일 강한섭 위원장의 취임 이후 한달 만인 6월30일, 8명의 비상임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공개모집을 거쳐 영화학계와 영화산업 현장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힌 이들 위원들은 앞으로 2년의 임기 동안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계획 및 예산수립, 영화발전기금 운영 등에 관한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7월1일, 첫 회의를 열어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선출한 이들은 7월3일 열린 워크숍을 통해 전체 업무에 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구성됐다.” 4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영화인들의 평가는 지난 5월 강한섭 위원장의 취임 때와 비슷하다. 8명의 비상임 위원은 다 김세훈(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민병천(영화감독), 박경필(영상투자자협의회 회장), 심상민(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오정완(영화사 봄 제작이사), 이미연(영화감독), 정수완(동국대 영상대학원 조교수), 조혜정(수원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등이다. 대표적인 특징을 꼽자면 그동안 학계에서 활동해오던 인물들이 많다는 것이고, 여성영화인이 3명이었던 3기에 비해 1명이 늘어 4명이 됐다는 것이다. 3기 영진위 위원의 자격으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활동한 심재명 MK픽처스 대표는 “직능별로 균형있는 위원 구성을 위해 추천위원명단을 올렸었다”며 “결과적으로 영화제작, 감독, 제작투자, 학계 등 상대적으로 무난한 인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어느 쪽에 쏠리지 않고 절충됐다고 본다”(서영관 오픈앤디드픽쳐스 대표), “이념적인 것에 휩쓸리지 않을 인물들로 선정됐다”(정윤철 감독), “앞으로 접촉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영화 현장과 독립영화계의 경험이 전무한 4기 위원진

하지만 한편에서는 영화계와 영진위와의 소통창구가 되어야 할 위원들의 역할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영화 현장에서 주력하던 인물들이 적다는 것과 독립영화계의 이야기를 전할 인물이 없다는 점, 그리고 영화산업노조의 시각을 담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전의 위원회가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전 기수에서 한명씩 유임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유임되는 위원이 없는 것도 의아한 점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3기 영진위 위원 일부와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한 3배수의 추천명단 가운데에는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를 비롯해 윤성원 영화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김대승 감독과 정윤철 감독 등 영화감독조합 인물들이 유력인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추천명단을 검토해 신임위원을 결정한 기획재정부 주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내린 선택에서는 제외된 것이다. 이번 위원 인선에서 제외된 영화계 분야에서는 적잖은 아쉬움을 털어놓고 있다.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현재 노조가 산업 내에서의 생존을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막상 그런 분위기를 읽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앞으로 정책적인 면이 드러날 때쯤, 면밀히 검토해 노조의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가 하면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소장은 “그동안 영화계에서 주류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걸 볼 때 인적 쇄신의 경향이 보이긴 하지만 독립영화를 비롯해 영화문화다양성 측면에서 의견을 개진할 만한 위원이 없다”며 “별도의 통로를 개설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괴리가 큰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위원명단이 발표된 지난 6월30일, 위원들 가운데 선출될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에 대해 관심이 몰렸다. 영화 현장과의 직접적인 메신저 역할을 부위원장에게서 기대한 것이다. 또한 단체장과 위원들간의 상호견제를 위해 공공기관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선정된 위원들인 만큼, 강한섭 위원장과 위원 사이에서 의견 조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영진위의 부위원장은 위원장과 달리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하게 돼 있다. 지난 7월1일, 위원 중 한 사람인 민병천 감독이 해외 출장으로 불참한 가운데 열린 첫 회의에서 7명의 위원들과 강한섭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의 위원회는 심상민 교수를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당초 부위원장으로 추천된 인물은 이미연 감독과 심상민 교수 두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 중 한 사람인 조혜정 교수는 “이미연 감독은 현장의 이야기를 반영하는 채널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추천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오히려 영화업계와 객관적인 거리를 둘 수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심상민 교수가 선출됐다”며 “위원들의 의견 조율과정에서 다소 박진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위원인 김세훈 교수 또한 “사실 영화 현장과는 별로 연관이 없는 분이지만, 오히려 영화계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물은 친분관계에 따른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중립적인 인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3기 영진위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

그렇다면 제4기 영진위가 비로소 구성을 갖춘 현 시점에서 영진위 위원들은 이제 어떤 역할에 주력할 계획일까. 사실 이미 지난 3월 2009년 사업계획안과 예산안이 정해진 시점에서 임기가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 위원들의 역할이 어떻게 규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세훈 교수는 “사업계획과 방향성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 다소 실망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5월에 정해져야 할 위원들은 6월에 선임된 터라 “현 상황에서는 내후년의 사업에 대해서만 방향을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위원들은 4기 영진위 위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혜정 교수는 “그동안 3기 영진위가 잡은 큰 틀에서 지원정책들을 현장에서 더욱 가깝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 시스템을 좀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정수완 교수는 “8명의 위원이 분야가 각기 다른 만큼 서로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내 역할은 그동안 전주영화제를 통해 접촉해왔던 독립영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할의 분담에 대해서는 김세훈 교수도 뜻을 같이했다. “지난 3기 때 영진위 정책에서 애니메이션 부분의 지원이 많이 축소됐다”고 말한 그는 “애니메이션을 영화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법으로 인식시키는 한편,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의 활성화를 돕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영화계가 위기의 위기를 거듭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중점과제는 위기 극복이다. 아직 위원들 사이에서 구체적인 정책들은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영화인 중심으로 구성됐던 3기 영진위 위원회와 비교할 때, 일각에서 ‘교수위원회’라고 일컫는 4기 영진위의 방향성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 4기 영진위가 어떤 이정표를 선택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담아야 한다”

심상민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성신여자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인터뷰

-4기 영진위의 선결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공적자금으로 영화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결정하는 만큼 공정하게 운영되는 게 중요다. 위원들도 가장 강조하는 것이 공정과 중립이다. 그런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일단 내 생각으로는 영화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산업 전체가 융합되는 과정을 정책결정 과정에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영화에서만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서 벗어나 원 소스 멀티 유즈적인 파급효과 면에서 어떤 영화콘텐츠가 중요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노력을 통해 전체 문화산업의 세계화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영진위는 국제영화제는 많이 참가해왔지만, 마켓 플레이스에는 관심이 덜했던 것 같다. 이제는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나가고 게임이나 방송도 함께 나가서 글로벌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 위원구성으로는 영화 현장과의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일단 위원들의 입장에서는 여러 의견들을 균형적으로 듣는 게 중요하다. 영화계의 의견도 반영되어야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IT와 디지털 산업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이런 분야와 소통하는 게 없었다. 영화는 예술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담아야 한다.

-한국영화를 키우기 위해서는 독립영화와 영화노조의 의견도 필수조건이다. 하지면 현 위원회에서는 그런 소통창구가 부재해 보인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문화콘텐츠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실제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외경심을 갖고 있다. 영화도 결국에는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닌가.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창의적인 인력이 유지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다. 독립영화나 노조의 의견도 영진위의 활동에서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존중될 것이다.

-한쪽에서는 현 위원회를 ‘교수위원회’라고도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했다. 하지만 5년 전, 10년 전과 지금은 교수사회가 많이 달라졌다. 김세훈 교수도 기본적으로는 아티스트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 또한 정통학자라기보다는 기업에 몸담고 있었던데다, 문화를 애호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교수는 아닐 것이다. 또한 현 위원회 내에도 영화제작자와 영화감독이 계시기 때문에 영화계 내부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