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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우린 왜, 무얼 위해 싸우나
최하나 2008-07-08

미쟝센 비정성시 부문 수상작 <적의 사과>의 이수진 감독

막다른 골목. 두 남자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앳된 얼굴의 전경이 방패를 들어 시위자를 위협하고, 전경의 헬멧을 손에 넣은 시위자는 곧 헬멧을 맨홀 바닥으로 떨어뜨릴 태세다. 곧장 이어지는 난타전. 벽돌과 방패가 허공을 가르고, 대오에서 이탈한 두 남자는 어느새 그들만의 대결에 몰두한다.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촬영상을 수상한 <적의 사과>는 팽팽하게 짜여진 연출, 미묘한 아이러니를 통해 웃음과 비애를 동시에 전하는 내공이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대학 때 시위를 좀 했다.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의경으로 군대를 가게 됐고, 결과적으로 두 입장을 다 경험해봤다. 사실 서로의 적은 의경이나 시위대가 아닌데,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화가 나더라.” 올해로 미쟝센을 세 번째로 찾은 이수진 감독은 독립영화에 눈길을 두었던 이라면 한두번쯤 마주쳤을 법한 이름이다. 첫 작품인 <내가네>는 인디비디오페스티벌에 초청됐었고, <아빠>는 서독제와 부산영화제에, <아들의 것>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와 미쟝센에서 상영됐다. 영화제 단골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지만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이수진 감독은 졸업을 앞두고 “내 인생에 영화 한편이 있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적의 사과>는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이지만, 촛불집회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매일같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지금, 현실과 더할 나위 없는 공명을 이룬다. “사실 상업영화면 옳다구나 하면서 마케팅에 이용했을 것”이라고 농반 진반의 말을 던지는 이수진 감독은 이내 “그냥 다치는 사람들이 더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두편의 시나리오를 작업 중인 그의 다음 목표는 장편. 상업 혹은 독립이라는 꼬리표는 굳이 붙이고 싶지 않지만 블랙코미디를 생각하고 있다고. 미쟝센 ‘2관왕’을 언급했더니 곧장 “지난 미쟝센 땐 두번 다 박수만 치고 돌아갔다”며 웃는다. 그렇다면 2전3기의 기쁨이란? 이번 수상은 그에게 “다음 영화를 하게 해주는 큰 영양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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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적의 사과> 스틸기사 김중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