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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이슈] 그들은 사익의 날개로 난다
김소희(시민) 2008-07-21

공원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두돌배기 애 손에 들려 있는 과자를 빼앗아 먹으려고 덤볐다. 애는 울부짖고 다른 비둘기들은 그 와중에도 애 발밑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에 달려들었다. 21세기가 지나기 전 호러무비의 새 주인공은 분명 조류독감도 피해간다는 이 시커멓고 탐욕스러운 비둘기떼일 것이다. 대체 누가 비둘기를 평화의 새라고 했던가.

YTN이 비밀 텍을 짜서 주총장을 바꿔가며 엠비맨 구본홍씨를 결국 사장으로 선임했다. 40초 만의 날치기 처리였다. 회사에서 동원한 덩치들이 반대하는 직원들을 밀어내고 단상을 겹겹으로 막은 장면을 보니 며칠 전 애 손의 과자에 달려들던 비둘기떼가 생각났다. 비둘기는 덥고 굶주려 잠깐 정신이 나간 듯했지만, 자신의 이권을 위해 체면도 염치도 벗어던진 이 시커멓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무리들은 뭐란 말인가.

인터넷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IPTV 사업자 중 한곳인 LG데이콤(myLGtv)은 최근 몇몇 시사 프로그램을 삭제하거나 제외한 채 내보냈다. 쇠고기, 촛불, 광고불매운동 등 현안을 다룬 방송분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해명도 석연치 않다. 소송 중인 프로그램이라서 그랬댔다가, 후발업체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므로 민감한 정국을 다룬 콘텐츠는 서비스할 수 없댔다가, 정치적 편향이 있거나 품질이 낮은 프로그램은 뺄 수도 있다는 둥. 주문형 유료서비스 사업자가 가입자와 프로그램 제공자의 동의없이 제멋대로 콘텐츠를 편성·편집할 수는 없다. 특정 내용만 지속적으로 뺀 것이야말로 민감하고도 정치적인 행위이다. 누가 봐도 올 하반기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앞두고 사업자 선정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눈치를 본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휴대폰과 인터넷만으로는 더이상 시장 확장을 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눈을 돌린 새로운 노다지가 인터넷TV다. 기업 프랜들리한 정권 아래에서, 어쩜 이렇게 하는 짓이 눈물겹니.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데, 21세기 리퍼블릭 어브 코리아는 사익의 날갯짓 소리만 요란하다. 자본과 정권이라는 두 날개로 뭉친 이들 사익동맹은 체면도 염치도 없다.

어느 네티즌은 MBC 드라마에 언뜻 비친 경찰청장 어청수의 벽걸이용 말씀 ‘선진 일류경찰로 도약-보다 신속하게 더욱 친절하게 가장 공정하게’를 보고 “나나나 울컥했다규~” 말했다. 역시 ‘감동’먹은 댓글들이 달렸다. “신속 친절 공정하게 때린다규~.” 보다 신속하게 낙하산 타고 접수하고, 더욱 친절하게 회장님의 경영권 불법승계는 무죄방면시켜드리고, 가장 공정하게 온갖 입에 재갈 물리는 세상, 나나나, 정말 울컥한다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