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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할리우드에 진정한 슈퍼히어로는 없는가?

올 여름 쏟아진 블록버스터 중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만이 돋보이는 이유

<아이언맨>

이번 여름에는 어느 해, 어느 여름보다 많은 슈퍼히어로/판타지/애니메이션영화가 쓰나미 물결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전세계 멀티플렉스 어디를 가나 <스피드 레이서> <아이언맨> <쿵푸팬더> <월-E> <인크레더블 헐크> <미이라3: 황제의 무덤> <다크 나이트> <헬보이2: 골든 아미> <핸콕> <원티드>, 심지어 이들의 패러디영화인 <슈퍼히어로>의 포스터들이 즐비하다. 무적 요새 할리우드는 인간의 본성이 빚어내는 골치 아픈 인간사나 현재 세계의 실재성에서 고립되어, 마침내 자신이 창조한 세계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버린 것 같다. 이처럼 고립되고 봉인된 세계에서 할리우드는 누구보다 더 크고 시끄럽고 뛰어난 영화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하게 승리에 도취해서.

할리우드는 다른 세계, 시대, 또 다른 우주를 만들어내는 데 언제나 막대한 돈을 투자해왔다. 그곳에서 미국 주인공들은 그 지역,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임한 미국식 삶의 방식의 확실성을 반영하는 20세기 할리우드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할리우드(그리고 미국)는 갈등에 휩싸인다. 세계는 더이상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국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확실한 적은 부재한다.

가장 큰 적이라봐야 테러리스트들. 그들이 나쁜 놈들로서의 나치나 공산주의자들을 대치하고 있지만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 빼고는 그들에게는 명확한 철학이 없다. 할리우드가 권선징악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명확히 규정된 악당들을 쳐부수고자 할 때, 실제 세계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기술적으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할 수 있지만,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이런 이유로 할리우드는 결국 만화책,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세계 속으로 후퇴해 들어간다. 이 세계에서 그 창조자들은 도덕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진짜 세계와 사람들로부터 동떨어진 채이다. 만화책과 판타지에서도 영웅들은 무엇인가를 대표하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단순히 갈등에 빠져 있거나 스스로를 조롱할 뿐이다.

이렇게 점점 좁아지는 터널로 이끌리다 보니 관객(그리고 비평가)도 제대로 된 관점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언맨>은 아이러니를, <다크 나이트>는 복잡한 심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칭송받는다. <아이언맨>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기네스 팰트로가 깔끔하게 대사들을 쏘아대는 단순한 하드웨어 영화다. <다크 나이트>는 박쥐 옷을 입고 싶어하는 일인 자임 경비원에 관한 얘기다. 이것은 진짜 아이러니나 복잡한 심리가 아니다. 이들은 도덕적 의미를 잃은 만화책이 주는 단순한 재미 이상을 주지 못한다.

영화는 영웅을 그리고 메가급 대형 제작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영화는 실제 삶과 연결된 영웅을 필요로 하고, 자기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기술이 사용되는 대형 제작물들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여름 블록버스터의 쓰나미 물결 속에서 돋보이는 이유다.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결함이 있지만 여전히 영웅적이고, 특수효과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대화들은 단순히 가벼운 한줄짜리 대사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이야기는 미국의 자화자찬을 위한 것이 아니다.

두 시간 동안 주인공 인디로 살다가 영화관을 나오면서, 케이트 블란쳇의 오래 기억에 남을 연기로 더욱 돋보이는 멋진 이리나 스팔코가 정말 위대한 악당이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죽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시대에 뒤졌다고 한다 해도 별수없지만, 슈퍼히어로/판타지영화란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던가?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