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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두 남자의 우정, 그리고 1994년 뉴욕 여름
황수진(LA 통신원) 2008-08-06

자전적 시각으로 연출·각본 겸한 신예 조너선 르빈의 <더 웨크니스>

<더 웨크니스>

1994년 뉴욕의 여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루크 사피로(조시 펙트)는 거리에서 밀고 다니며 파는 아이스크림 상자 안에 대마초를 숨겨 판매하는 남다른 아르바이트로 대학 입학금을 준비하고 있다. 성장의 끝자락에 위치한 94년의 여름은 그에게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시간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 탓에 늘 부부간에 싸움이 끊이지 않는 집. 무리에 끼워주지 않는 또래의 십대 친구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주변을 겉돌기만 하는 루크에게는 대마초를 상담비 대신 받아주는 괴짜 정신과 의사 제프리 스콰이어스(벤 킹슬리)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다. 세대는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나 외로운 이 두 남자. 엇박자로 맞아 돌아가는 루크와 스콰이어스 박사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어느 여름의 씁쓸한 추억과 특이한 우정이 유쾌하게 그려진 <더 웨크니스>(The Wackness)에는 각본과 감독을 맡은 신예 조너선 르빈의 90년대에 대한 자전적인 시각이 담겨져 있다.

1960년대, 70년대처럼 스타일화된 전형이 잡히지 않아서일까. 조너선 르빈이 선택한 90년대의 뉴욕은 몇 가지 기억들의 모음으로 전해져 온다.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위해 밤새 녹음해 담은 아날로그 음악 테이프. 삐삐 메시지와 공중전화 박스. 줄리아니 시장. 앞머리는 기르고, 뒷머리를 짧게 밀어버린 루크의 헤어 스타일. 그리고 90년대 뉴욕의 거리에 가득했던 우탱 클린이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등의 힙합 음악과 그래피티 아트. <주노>에서 주노의 괴짜 친구로 등장했던 올리비아 설비가 스콰이어스 박사의 의붓딸이자 루크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스테파니로, <엑스맨>의 진 그레이로 열연했던 팜케 얀센이 스콰이어스 박사의 냉담하고 무정한 아내로 등장한다. 힙합 음악으로 가득한 만큼 메소드 맨이 극중 마약상으로 등장해 재미를 더해주고 있으며 근래 들어 스크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벤 킹슬리는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괴짜 정신과 의사 역을 유쾌하게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