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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보다 성숙해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장르영화에 집중한 ‘잇 프로젝트 마켓’ 비롯, 확신있는 프로그래밍 돋보여

지난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처음으로 프로젝트 마켓을 열었다. 프로젝트 마켓은 초기 진행과정에 있는 영화들을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기능을 한다. 지난 10년간 부산, 홍콩, 도쿄, 타이베이, 상하이 모두 프로젝트 마켓을 시작했다. 아시아의 프로젝트 마켓들은 이름 높은 감독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서 영화제의 위신을 높이려는 생각에 대개 ‘영화제용 영화들’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실험적이고 앞선 세계 영화를 지원한다는 로테르담영화제 시네마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영화가 여러 다른 프로젝트 마켓을 도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강생의 <도와줘 에로스>는 로테르담의 시네마트, 부산(PPP)과 홍콩(HAF)을 돌며 60만달러의 예산을 마련했다. 챠이밍량이 프로듀서인 그 영화는 시네마트에 나타난 지 5년 뒤, 지난 1월 대만에서 개봉했다.

프로젝트 마켓에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좋지 않은 비밀은 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보성 행사로서 영화를 영화제 프로그래머나 배급업자들에 알리는 데는 유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신입 프로듀서들에게는 투자자들이나 바이어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한 장이다.

어떤 프로젝트도 영화화되지 않아 황당했던 지난해 이후, 홍콩의 HAF는 투자자들이 좀더 흥미를 가질만한, 상업적인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들을 선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명한 이름들이 올라 있는 프로젝트만을 초청하는 경향은, 그런 프로젝트들에 따르는 명성이 더 작은 프로젝트들을 도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그대로 유지되었다.

부천의 ‘잇 프로젝트’ 마켓은 장르영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점에서 최초라고 한다. 프로젝트 소개 책자에 수록된 사려 깊은 소개문에서 영화제 집행위원장 한상준은, 최근 한국 영화계의 급격한 하락세는 “지난 10년간 장르영화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던 탓”이라고 주장했다.

올해의 잇 프로젝트는 아홉편의 영화에 초점을 맞췄다. 행사의 권위를 공인받기 위해 박찬욱이나 미이케 다카시 같은 이미 잘 알려진 감독의 다음 영화들을 소개하는 대신, 행사 진행자들은 확신을 갖고 프로젝트 자체의 질이 뛰어난 필리핀의 저예산 섹스영화 <킬드로이드>부터 세계 최초의 힙합 SF영화 <영 데시벨> 등의 작품을 골랐다.

창의적이고 자기 확신이 분명한 프로그래밍팀 아래, 올해 부천은 현재 영화와 과거 영화의 회고전 모두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갖춘 영화제로서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과거의 회고전들은 국제 게스트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나, 러시아영화, 한국 액션영화, 일본 고전영화들에 초점을 맞춘 올해의 프로그램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올해 한국의 영화제들은 세계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며 확신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여기에 유일한 장애물이 있다면 남쪽 항구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치우치는 한국 영화산업의 편향성일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다른 영화제들을 좀더 지지한다면, 부산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경쟁을 시작할 수 있을 테고 한국 영화문화는 훨씬 활기가 넘칠 것이다.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