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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0m 상공에서 마음을 열어라
안현진(LA 통신원) 2008-08-07

<토성 맨션1> 이와오카 히사에/ 세미콜론 펴냄

지구 전체가 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아무도 살지 못하게 된 시대. 인류는 지구 둘레를 감싸는 토성의 고리를 본 뜬 맨션을 지어 상공 35000m로 거주지를 옮긴다. 빈부에 따라 상층과 하층으로 나뉜 세상에서 나고 자란 미쓰는 중학교를 졸업하자 구조물의 외벽창 닦는 일을 시작하는데, 첫날 파견된 지역이 하필이면 아버지가 추락한 바로 그곳이다. 구김살 없는 척 살아온 미쓰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인생을 포기했다는 피해의식과 죄책감을 안고 있었던 것. 하지만 처음 내려다보는 지구의 전경, 성층권의 기압과 풍속을 느끼며 미쓰의 마음은 조금씩 열린다. 이와오카 히사에의 <토성 맨션>은, 단편집 <하얀 구름>에서 보여줬던 사소한 일상 속 따뜻한 감성, 의외의 곳에서 히죽이게 하는 유머가 잔잔하게 살아 있는 SF만화다. 길어야 5등신, 대부분 3등신에 가깝게 그려진 인체와 무심하게 눈코입을 그려넣은 동그란 얼굴은 앙증맞고 귀여워 읽는 내내 마음을 간질인다. 차가운 금속성의 미래적 정취를 녹이는 에피소드들도 당연히 있다. 자연광 아래 결혼하고픈 소망에 창문 청소를 의뢰하는 가난한 예비 부부나, 투닥거렸지만 절친했던 친구의 유해를 맨션 밖에 뿌리는 이야기는 울컥울컥 울리기도 한다. 아무 때고 감동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각오할 것. 그러나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