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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통신] <쇼아>를 넘어, 죽음을 넘어
2001-11-13

유대인들의 저항 다룬 클로드 란츠만 감독의 신작

<쇼아>의 클로드 란츠만 감독의 신작 <소비보르(Sobibor), 1943년 10월14일 오후 4시>가 지난 10월17일 개봉됐다. 9월11일 뉴욕 테러사건 이후 가미카제식 테러부터 군사공격까지를 포함한 폭력사용과 그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는 시기에 2차대전중 나치수용소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유대인 저항을 다룬 이 영화에 남다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는 이 저항에 참여한 유대인 중 란츠만 감독이 <쇼아>를 준비하던 79년에 만날 수 있었던 예후다 레르너(Yehuda Lerner)의 증언을 기록한 것이다. 란츠만 감독은 <쇼아>의 일부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 증언을 20년이 지난 뒤 독립된 영화로 만든 이유를 “<쇼아>가 죽음의 기록이었다면 <소비보르…>는 무방비상태의 유대인들이 폭력으로 재무장하며 자유를 되찾는 희망의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비보르…>는 란츠만 감독이 증언자 레르너에게 43년 저항사건 전에 사람을 죽인 적이 있느냐고 묻는 데서 시작한다. 미소를 띤 Lerner는 16살 소년이던 43년 전까진 모기 한 마리도 죽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나치에 잡힌 이후로 최종적으로 소비보르에 도착할 때까지 6개월 동안 8번의 탈출에 성공하는 불굴의 전사로 조금씩 바뀐다.

소비보르 수용소는 1942년과 43년 2년 동안 25만명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악명높은 수용소. 레르너가 이곳에 도착해 죽음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나치가 건물공사를 위해 건장한 남자들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택된 남자들은 평소 1초도 어김없는 것으로 악명높은 독일인들의 시간엄수를 역으로 이용해 ‘43년 10월14일 오후 4시’ 소비보르를 지키는 나치 16명을 옷맞춤을 핑계로 같은 시간대에 불러내 이들 모두를 살해하고 수용소를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드라마틱한 증언내용에 비해 관객이 실제 보는 이미지는 증언을 하는 레르너의 얼굴과 레르너가 소비보르에 이를 때까지 거쳤던 폴란드의 현재 이미지들 뿐임에도 <소비보르…>는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넘친다. <쇼아>제작 때부터 란츠만 감독은 ‘시각적인 재현’이 불가능한 유대인 학살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비보르…>에서도 같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감독은 증언자의 말만을 기록하고 이미지로의 생생한 재현은 관객들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곳 언론들은 이 작품이 나치에 대한 저항을 다룬 영화 중 채플린의 <독재자>에 버금가는 걸작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