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문석의 취재파일] 올림픽, 극장가에 판정승?!
문석 2008-08-18

개막 뒤 관객 수 32% 하락, 박태환 선수 결승 경기시 예매 분량도 감소해

월드컵이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스포츠 축제가 열릴 때면 영화 기자들은 이 행사와 극장가의 함수관계에 대한 기사를 준비한다. 스펙터클이나 드라마의 완성도에서 영화에 뒤지지 않는 작품들이 안방극장에서 상영 중이니 극장 관객이 줄지 않겠냐는 어림짐작 때문이다. 이런 짐작은 절반 정도만 들어맞아왔다. 그동안의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월드컵의 경우 극장 관객을 빼앗았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때는 관객 수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 때문에 극장가는 중국과 시차가 1시간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 정도가 미약한 영향을 끼칠 뿐 베이징올림픽 자체는 큰 위협요소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만큼은 올림픽에 뒤통수를 맞았다.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이 개막하던 주말(8월8~10일)의 관객 수는 올림픽 개막 바로 전 주말(8월1~3일)보다 무려 32%나 준 것으로 나타났다.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은 “원래 8월 첫 주말은 극장가의 정점이라서 이때 이후 관객 수가 감소하는 게 정상이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올림픽의 위세는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다. 8월 첫 주말과 두 번째 주말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CGV는 13%, 롯데시네마는 10% 남짓, 메가박스는 10% 미만의 감소세를 보였다. CGV 이상규 팀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관객 감소율이 10%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올림픽의 영향이 큰 것 같지는 않다”면서 “올림픽보다는 극장의 콘텐츠라는 본질적 요소가 관객 수 변화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한다. 8월 둘쨋주 흥행 1위를 기록한 <다크 나이트>의 홍보 관계자도 “우리 예상치에 비해 10만명 정도 덜 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형호 실장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멀티플렉스나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단관 극장이나 흥행순위 하위권 영화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건 박태환 변수다. 맥스무비에 따르면 박태환이 자유형 400m 결승을 하던 8월10일 오전(9시~정오)의 예매량은 이전 3주 평균에 비해 5% 낮아졌다. 평상시의 변화폭이 0.5%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수치인 것. 어쩌면 박태환이라는 현실 세계의 킬러 콘텐츠 또는 슈퍼히어로가 스크린 속 영화들을 제압한 건지도 모른다. 박태환처럼 거대한 스타나 야구 미국전처럼 환상적인 드라마를 담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 한 이번에는 올림픽이 극장가에 판정승을 거둘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