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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지새는 제주도의 푸른 밤
이주현 2008-08-20

제7회 제주영화제, 8월22일부터 26일까지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예술극장, 제주코리아극장에서 열려

8월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예술극장과 제주코리아극장에서 열리는 제주영화제는 올해로 7회를 맞이한다. 시기와 장소를 감안하면, 제주라는 이름의 영향력에 기댄 단순한 휴양영화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제주영화제는 관광지의 특성을 영화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한편, 우수한 독립영화를 조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다양한 시각과 상상력을 담아내는 독립영화를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영상발전에 대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제주영화제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영화제쪽에선 2011년인 10회 영화제부터 국제영화제로 변신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다른 국제영화제의 형식을 모델로 삼아 베끼기보다는 제주의 지역색이 살아 있는 영화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럼에도 아직은 제주영화제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국제영화제로의 변신과 그 과정으로서 제주지역 영상 발전의 토대 마련, 이 둘 사이의 연결 고리가 약해 보인다. 환경, 인권, 폭력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아내려는 시도도 영화제를 산만하게 만든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제주영화제는 그 야심만큼 준비한 영화들도 다양해 제주 도민에겐 풍성한 영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제주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제주도의 푸른 밤’을 영화와 함께 보내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올해 제주영화제의 관심은 ‘환경’에 가 있는 듯하다. 개막작이 그렇고, 초청부문에 ‘환경영화제 특별전’을 마련한 것이 그렇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서재권 감독의 다큐멘터리 <For the Islanders>는 태평양 공해지역에서 어린 참치와 멸종 위기의 바다거북 등을 무차별적으로 불법 남획하는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감독은 자본의 욕망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일방적 착취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인간사회의 착취-피착취도 점점 고착화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는 남태평양 섬나라 주민들이 몇년 동안 잡아도 다 못 잡을 고기를 세계적 선박 회사가 단 며칠 만에 잡아들이는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제는 크게 경쟁부문과 초청부문으로 나뉜다. 경쟁부문에는 예심을 거친 30여편의 독립영화가 10개의 섹션에 포진해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심사위원과 관객에 의해 주요 수상작이 결정될 예정이다. <인디애니박스: 셀마와 단백질 커피>의 한 작품으로 알려진 장형윤 감독의 <무림일검의 사생활>과 연상호 감독의 <사랑은 단백질>, 제7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수진 감독의 <적의 사과> 등이 눈에 띈다. 각종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작품들이 대부분이라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최근 독립단편영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초청부문에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전’, ‘김형구 촬영감독 특별전’, ‘환경영화제 특별전’, ‘트멍 섹션’ 등 네개의 섹션, 총 18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트멍 섹션은 제주 출신 영화인이 제작하거나 제주에서 제작된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제주영화제의 특수성을 잘 드러낸다. ‘트멍’은 ‘틈새’의 제주도 방언이다. <정글피쉬> <유쾌한 체인지> 등 5편이 상영되는데 특히 제주 출신 최성범 감독의 <정글피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KBS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가 최근 종영 3개월 만에 앙코르 방송이 결정됐고, 2008 서울드라마페스티벌 본선에도 올랐기 때문이다. <정글피쉬>는 주인공 재타의 학교에서 벌어진 시험지 유출 사건을 통해 우정과 성공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렸다. 실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UCC와 블로그를 활용해 보여줘, 사실성을 강화한 실험적 성장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멍 섹션의 <유쾌한 체인지> <친구>는 제주 남원초등학교와 토산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영화 제작 기법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 눈길을 끈다.

영화제는 ‘두번째 달’의 공연으로 개막식의 문을 열고,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를 폐막작으로 상영하며 막을 내린다. 영화제 기간 동안 ‘세계 자연유산 거문 오름 트레킹’, ‘김형구 촬영감독과의 대화’ 등 여러 부대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다. 자세한 영화제 일정과 정보는 제주영화제 홈페이지(www.jff.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문의: 064-702-1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