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아버지가 된 주성치 < CJ7: 장강7호 >
주성철 2008-08-20

장강7호 귀여움 지수 ★★★★ 가슴뭉클 감동 지수 ★★★★ 주성치 개인기 지수 ★

주성치가 아버지가 됐다. 사실 그것은 주성치뿐 아니라 홍콩영화계 남자스타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다. 1990년대 들어 계속 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두고 경쟁했던 성룡은 끝까지 총각으로 남고자 했고(<신화: 진시황릉의 비밀>에서 김희선과의 그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를 떠올려보길), 반면 어려서부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질 정도로 소년가장이나 다름없었던 이연걸은 <영웅>(1995) 등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아버지가 돼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주윤발과 유덕화는 전자와 후자 사이에서 별 부담감이 없었다. 누가 봐도 총각처럼 보이는 장국영은 <영웅본색2>(1987)에서 아버지가 되자마자 죽었다가 <유성어>(1999)에서는 친아버지는 아니었지만 버려진 아이를 키우며 따스한 부정을 선보였다. 여기서 성룡과는 좀 다른 의미에서 끝까지 아버지가 되기를 거부했던 사람이 바로 주성치와 양조위다. TVB 출신 탤런트로 오랜 친구이기도 한 두 사람 다 어려서 부모의 이혼을 겪어서일까. 둘 다 그 기억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얘길 한 적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주성치는 그날 이후 말이 많아졌고 양조위는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CJ7: 장강7호>(이하 <장강7호>)로 주성치가 아버지가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심사관> <산사초> 등에서 유부남인 적은 있었지만). 반면 그것은 <장강7호>가 흔히 얘기되는 것처럼 단순히 주성치의 ‘쉬어가는’ 영화 그 이상일 수 있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샤오디(서교)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주성치)와 단둘이 살고 있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아들만큼은 명문학교에 보내고자 아버지는 매일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가난 때문에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지만, 친절한 위엔 선생님(장우기)과 거구의 내성적 소녀 매기가 있어 학교생활이 외롭지는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정체불명의 장난감을 선물한다. 샤오디는 물렁한 녹색 공처럼 생긴 그 장난감에 ‘장강7호’라는 이름을 붙여주는데 사실 ‘장강7호’는 우주에서 온 외계생명체다.

사실 주성치의 부정(父情)은 무모하다. 보통 가난한 형편의 부모가 그런 고집을 부릴 때는 자식에게 유별난 특기가 있다거나, 남들보다 뛰어나게 공부를 잘해서일 텐데 샤오디는 공부도 못한다. 결국 부자학교라는 설정은 샤오디의 존재로 부유하지만 불량한 동급생들까지 정화시키고자 하는 주성치의 마음이다. 그렉 지라르의 사진집 <팬텀 상하이>를 연상시키는(급속한 개발로 다 철거돼가는 폐허 가운데 살아가는 상하이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두 부자의 집은 <쿵푸허슬>의 돼지촌의 연장이다. 그가 보기에 중국의 유인 우주선 발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장강7호의 존재는 바로 그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는 초월적 존재다.

<도성타왕>(1990) 때처럼 바퀴벌레를 대량으로 잡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이전 주성치 영화와의 철저한 단절이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자성어식으로 말하자면 그는 언제나 태평천국이라는 주제를 다뤄왔다. <녹정기>(1992)에서 언뜻 변절한 것처럼 보이는 위소보(주성치)는 결국 그것이 태평성대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고, <서유기 선리기연>(1994)에서 500년의 시간여행을 끝낸 그가 바라본 것은 요괴가 사라진 태평스런 세상이었다. 물론 그것은 언제나 스필버그를 존경한다고 말해온 그 자신의 변함없는 테마이기도 할 것이다. <도성>(1990)이나 <신정무문>(1991)에서 그가 지닌 초능력도 모두 그런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꿈이었다. 장강7호 역시 이전 주성치 영화에 늘 등장하던 그의 초능력이 CG의 힘을 빌려 처음으로 가시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장강7호>의 주성치는 과거와 달리 어떤 초능력을 몸에 지니기에는 지나치게 허약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내내 관찰자 위치에 머무는 주성치의 개인기를 볼 수 없다는 게(심지어 썰렁하기까지 하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성치는 주성치다.

tip/ 최근 송혜교를 모델로 똑같이 성형했다고 밝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장우기다. 상하이희극학원에서 무용을 전공한 장우기는 장백지, 조미, 황성의에 이어 주성치 사단의 새 미녀로 거듭났다. <장강7호>에 이어 <소림소녀>(2008)에 출연했으며 역시 주성치가 제작하는 풍덕륜 감독의 코미디 <점프>(2008)에도 출연.

장강7호, 어떻게 탄생했나

<소림축구>(2001)를 시작으로 주성치는 특수효과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인기 캐릭터 장강7호는 <그렘린>(1984)의 기즈모를 연상시키는 앙증맞은 외모와 풍부한 표정은 물론, 거침없는 액션연기까지 선보였다. 코는 있는 듯 없는 듯하며 앙다문 입 또한 물결치듯 움직인다. <장강7호>에 참여한 특수효과팀은 홍콩의 ‘Menfond Electric Arts’로 주성치와는 <천왕지왕2000>(1999)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특수효과 분량이 많았던 <권신>(2001), <코마>(2004), <실버호크>(2004)는 물론 <묵공>(2006) 같은 대작에도 참여했으며 할리우드영화 <울트라바이올렛>(2006)의 특수효과를 맡기도 했다.

<장강7호>의 관건은 역시 외계생명체 장강7호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동작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할리우드 첨단 시각효과 프로그램 ‘Fur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체 연구개발팀이 장강7호의 섬세한 ‘결’을 만들어내기 위해 외국의 모피 전문가들을 초빙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Fur 시스템은 물과 먼지와 같은 것들이 무언가에 닿으면 반응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으로 그 결과 머리 부분에서 흩날리는 털은 마치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질감으로 완성됐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