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전태일`의 무거움 `시트콤`의 가벼움 - 홍경인
2001-11-13

31년 전 11월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불꽃이 된 전태일을 상상하면, 홍경인(25·사진)의 모습이 겹쳐진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95년)에서 홍경인의 몸을 입은 전태일은 뒤틀린 세상을 향한 절규를 다시한번 토해냈다.

전태일 분신 31주기를 맞아 홍씨에게 감회를 물었다. 그는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씨에게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영화 찍는 내내 아들처럼 대해주었는데 찾아뵙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다. 그는 전태일을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평범한' 20대 청년이었고, 현실을 바꾸려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한동안 그는 전태일로 기억되었기에 그 굴레가 무척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행동도 부자연스러웠고, 솔직히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문화방송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선택했다. 누구에게나 잘 빌붙는 웃음연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얼마전 개봉한 코믹영화 <달마야 놀자>에서도 마음 여린 조직폭력배 막내역을 맡았다.

그리고 이제는 `가벼움'이 그의 감옥이란다.

<달마야…> 홍보를 마치면, 홍경인은 “가벼운 모습을 벗고 본연의 모습을 찾겠다”고 한다. 내년초 김종학 피디가 선보일 선굵은 드라마 <대망>에서의 배역을 검토하고 있다니 <신귀공자> 이후 1년 훌쩍 넘어 안방을 찾게 되는 셈이다.

“환갑이 됐을 때도 여러 배역을 맡아 다양한 연기를 보이고 싶다”는 그는 자신의 꿈이 “아직은 허황된 것”이라고 웃는다. 이유를 묻자 “나이나 외모로 배역의 폭이 한정지어지고 배우에게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지 않는 게 현실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그에게 연기는 여전히 인간 군상을 담아내는 가능성의 바다다. 그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달마야 놀자>의 막내 등 갖가지 모습의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pretty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