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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하도다! 한국의 환상문학
장영엽 2008-08-21

<한국환상문학단편선> 홍정훈, 방지나 외/ 김봉석 해설/ 시작 펴냄

“제 이름, 제 삶, 제가 이룰 가족. 모두 이 부족 안에서 온전히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제가 용의 비늘을 찾아 돌아왔을 때, 그때부터 저는 이 부족의 온전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최지혜, <용의 비늘>) 사람과 용 그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자식. 한국에서 환상문학이 처한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환상문학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PC통신이라는 태생적 배경으로 인해 문단과 인터넷 사이에서 표류하는 존재였다. <한국환상문학단편선>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전진해온 한국 환상문학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색깔과 성격이 다른 아홉편의 수록작을 하나의 범주로 묶기는 불가능하지만, 공통적으로 환상문학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를 교묘하게 비틀고, 새로운 이야기 방식을 고민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뱀파이어를 사회적 약자로 묘사한 <사육>과 동양 설화의 형식을 빌려 뱀의 혀를 가진 남자의 원한을 얘기하는 <목소리>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혼자 작업하는 <과거로부터 편지>의 이상민(영화 <>의 원작자)을 제외한 여덟명의 작가는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판타지소설 창작작가집단 ‘커그’(CUG)에서 활동하고 있다. ‘용의 비늘’을 찾으려는 이들의 다양한 고민방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