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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터뷰] <CJ7: 장강7호>의 찢어지게 가난한 아버지, 초우
김경우 2008-08-28

“자식만큼은 저와 다르게 키울 겁니다”

-아이쿠! 그래도 명색이 인터뷰인데 새 옷이라도 빼입고 나오시지, 싯누런 러닝셔츠에 빵구난 재킷을 걸치고 오시다니 안쓰러워 죽겠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저처럼 잘생긴 사람은 뭘 걸쳐도 빛이 나니까요. 그리고 제 옷 살 돈 있으면 우리 귀여운 샤오디에게 책이라도 한권 더 사주겠습니다.

-정말 아들 사랑이 대단하시던데요. 막노동하면서 명문사립학교에 애를 보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전 학비도 학비지만 혹시 샤오디가 부잣집 아이들 틈에서 왕따라도 당할까 걱정인데요. =설마요. 이렇게 잘생긴 아버지를 뒀는데 설마 왕따당하겠습니까? 하하.

-흠…. 듣기론 굉장히 재미있는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뵈니 무척 썰렁하시군요. 아무튼… 제대로 된 선풍기 하나 못 살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데 아이를 그런 비싼 학교에 보낸 거 후회하신 적 없어요? =제가 어릴 때 유별난 놈이었어요. 그냥 엉덩이에 뿔난 망아지마냥 저리 튀고 이리 튀고! 젊었을 때도 매양 마찬가지로 이거 했다 저거 했다…. 그러니 지금 이 모양이죠. 자식만큼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잘 키워서 성공시킬 겁니다.

-아니, 얼마나 유별나셨기에…. 어디 그 인생 역정이나 함 들어봅시다. =휴…, 다 이야기하자면 이 책 한권을 다 채워도 모자라지만 딱 원고지 4매 정도로만 요약해서 읊어보지요. 제가 뭐 학교를 제대로 다녔겠습니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할 게 없으니 대리운전을 했는데 글쎄, 고객들이 죄다 잔악한 무기밀매상들이지 뭐예요. 그런 고객들만 상대하다보니 또 형사가 달라붙어요. 날 정보원으로 쓰겠다고.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고 나서 급기야 경찰로 채용되었는데 멍청한 경찰국장이 또 자기 총을 고딩들한테 뺏겼다고 학생으로 위장해서 그 총을 찾아오라네? 공부랑은 지지리도 친하지 않은 녀석이 다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군대 다시 가는 것보다 더 끔찍했죠. 결국 경찰 생활을 그만 두고 도박판에도 빠졌다, 당구판에도 빠졌다, 심지어 침 뱉으며 껄렁하게 불량배들하고 싸움이나 하다가 그런 삶에 환멸을 느껴서 맘 잡고 요리를 배웠어요. 나름 ‘식신’이라 불릴 정도로 명성을 쌓았더랬죠.

-아이고! ‘식신’이 아니라 ‘직신’이세요, 직업의 신! =이게 끝이 아니라고요. 뒤는 더 파란만장해! 요리사가 되면 세상만사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바닥도 더럽더라고요. 어찌나 절 모함하던지 요리도 때려치우고 연기나 해볼까 하고 잠시 배우도 했더랬죠. 그런데 누가 절더러 황금발이라 합디다. 그래서 축구선수로 활약하면서 우승도 하고 <타임> 표지모델도 하고 잘나갔죠. 그러다 그 황금발이 축구를 위한 게 아니라 쿵후를 위한 거라고 또 누가 그래요. 그래서 또 열심히 쿵후를 연마해 여래신장까지 쓰는 고수가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글쎄. 이때까지 쌓아왔던 수많은 끼와 재주들이 불협화음이라도 일으켰는지 그만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았네? 결국 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다 잃고 이 모양 이 꼴로 막노동이나 하는 신세가 된 거지요. 아! 그러고 보니 유머감각도 그때 잃어버렸나봅니다, 하하! 아무튼 여기까지! 정확히 원고지 4매 분량이었습니다.

-화아…! 정말 파란만장하셨네요. 그런데 듣다보니 지금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초우씨의 지금까지 삶이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요. 끼라든지, 에너지라든지, 독창성도 넘쳐흐르고요. 아들도 아버지처럼 멋진 삶을 살도록 좀 창의적으로 키우시지, 왜 명문사립학교 같은 델 보내는지…. =에휴…, 저처럼 사는 것도 옛날 말이지 이제 세상이 달라졌어요. 그렇게 좌충우돌 살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초등학생 때부터 토플도 치고, 하루에 4시간씩만 자면서 공부하지 않으면 못 살아남는 경쟁사회니까. 그 듣자하니 한국에 최고들만 가는 국제중학교가 생겼답디다. 우리 샤오디도 중학교는 그리로 보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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