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술꾼의 충고를 들어 아가씨야
이다혜 2008-08-28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도미히코 / 작가정신 펴냄

“헌책시장의 신이여, 나에게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 현실의 윤택함부터 달라. 지식은 그런 뒤에 줘도 된다.” 첫눈에 반한 아가씨 뒤를 쫓아 헌책시장에 간 청년의 마음속에 책의 바다는 무료할 따름이다. 한없이 달려나가는 상상 속의 로맨틱 엔진만으로 코피를 내뿜는 청춘의 응시를 느끼지 못한 아가씨는 교토 거리의 모험에 사뿐사뿐 발을 디딘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매우 기묘한 환상담이다. 교토에 사는 모리미 도미히코에게 있어 교토는 술과 웃음이 흘러넘치는 판타지의 무대. 하늘에서 잉어가 떨어지고 밤길에는 남의 팬티를 벗기는 술버릇으로 유명한 술꾼이 돌아다닌다. 청년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기미가 안 보이고, 봄에서 겨울로 시간이 흘러간다. 최근 출간된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와 더불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기묘한 청춘 모험담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이야기로, 작가의 능청스런 수다가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무슨 뜻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 책 제목은 이야기 속 술꾼이 아가씨에게 해주는 충고인데, 그 말처럼 아가씨는 참으로 부단히 발을 놀리고 청년은 참으로 부단히 허탕을 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일본 출판전문지 <다빈치>의 올해의 책(1위)에 선정되었고,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