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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소한 기억이 뒤늦게 가슴을 칠 때
김현정 2008-09-03

언론에 호평받은 앙헬레스 곤잘레스 신데의 두번째 영화 <너의 한마디>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영화와 친구를 만난 그 도시에서 숱한 감정을 찾아내곤 한다. 그러나 앙헬레스 곤잘레스 신데가 바라본 마드리드는 춥고 쓸쓸하여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이 아니고는 온기를 찾기 어려운 도시다. 시나리오작가로 시작해 2003년 감독 데뷔작인 <잠들어 있는 행운>(La suerte dormida)으로 고야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신데는 5년 만에 찍은 두 번째 영화 <너의 한마디>(Una Palabra Tuya)에서 애타게 그 온기와 희망을 찾아 헤맨다.

은행 청소부로 일하면서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로사리오는 새벽에 버스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학교 동창인 밀라그로스를 만난다. 고독한 삶에 지친 로사리오와 생기 넘치고 열정적인 밀라그로스는 함께 거리의 청소부가 되어 싸우고 화해하며 주변 사람들이 레즈비언으로 오해할 정도로 두터운 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두 여인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다툼을 벌이고, 그 와중에서 로사리오가 미처 몰랐던 밀라그로스의 상처가 터져나온다.

<너의 한마디>는 엘비라 린도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신데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소한 일들을 깊이있는 이야기로 끌고 가는 린도의 방식에 매혹됐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너의 한마디>는 매우 사소한 기억,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한순간이, 너무 늦게야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영화다. 어머니 말고 다른 여인이 있었던 아버지와 먹었던 케이크 한 조각이 가슴속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고, “나는 어머니도 없다”는 밀라그로스의 말이 뒤늦게 로사리오의 눈물로 떨어진다. 그리고 누구나 겪을 수 있을 평범한 이야기 끝에 누구나 도달하고 싶을 희망이 있다. 로사리오가 말하듯 “과거는, 이미 지나간 나쁜 일들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미래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지적이고 신선한 대사”를 가지고 있고 “신데는 멋진 결과에 도달했다”고 이 영화를 평했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와 <맘마미아!> <월·E>가 정복한 스페인 박스오피스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채 아주 조용하게 개봉한 이 스페인영화에서 가장 언론의 관심을 끄는 요소는 밀라그로스를 연기한 배우 에스페란사 페드레뇨다. <카메라 카페>로 TV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그녀는, 자그마한 몸집과 다정한 목소리로, 삶을 붙들고자 애쓰는 밀라그로스를 애처롭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