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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허우샤우시엔의 블록버스터 도전

900만달러 예산의 무협영화 <암살자> 연출 예정, 주류 관객에게 다가가는 기회될 듯

대만 출신 리안은 중국 감독 중 무협영화를 만드는 꿈을 꾸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 바 있다. <와호장룡>의 리안 감독의 이런 발언 이후, 가장 유명한 본토 감독 세명- 펑샤오강, 장이모와 첸카이거- 이 모두 무협영화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마침내 리안과 같은 나라 출신인 허우샤오시엔의 차례다.

허우샤오시엔이 오랫동안 계획해온 <암살자>(가제)는 9세기 당나라 말기 부잣집 딸 ‘니인냥’에 관한 짧은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녀는 열살 때 마술과 무술을 가르쳐주던 유모에게 납치된다. 그 뒤로 5년간 그녀는 비정하게 사람을 죽이는 방법과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체를 작은 폭포로 변형시키는 마술을 배운다.

대만 언론들은 당연히 니인양 역을 서기가 맡을 것으로 여겼고, 허우 감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최근의 언론 발표에서 서기를 캐스팅한다고 밝혔다. 서기는 원래 <와호장룡>의 장쯔이가 맡은 역할에 캐스팅되었던 배우다. 그러니 허우샤오시엔이 서기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서른두살 서기는 꽃다운 나이인 주인공 니인양의 두배가 되는 연배인데, 이는 자칫 과격해 보일 수도 있는 영화의 메시지를 조금 완화해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에서 허우와 시나리오작가인 추티엔웬은 가족, 고객, 사회보다 자신의 욕망에 더 충실한 여성 암살자의 현대성 때문에 이 이야기에 끌렸다고 밝혔다. 그녀는 남편을 스스로 선택할 것을 고집하고 자신을 고용한 군주보다 그녀의 희생자가 더 훌륭한 사람임을 깨달았을 때 순식간에 편을 바꾼다.

허우와 추는 적어도 지난 15년간 시나리오를 발전시켜왔다. 그렇다면 왜 지금인가?

지난 20년간 허우는 박스오피스 성적만큼이나 명성을 중요시하는 프로듀서들을 통해 주로 외국에서 제작비를 확보했다. 일본의 쇼치쿠 스튜디오와는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무척 색깔이 다른 네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호남호녀>(1995), <남국재견>(1996), <해상화>(1998)와 <카페 뤼미에르>(2004).

표면상으로 <암살자>는 허우의 지금까지의 경력에서 가장 큰 도박이다. 영화의 예산은 대략 900만달러. 지금까지 그의 유일한 블록버스터급 성공은 <비정성시>(1989)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타이베이 박스오피스에서 3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그와 비교해 최근 그의 프랑스영화 <빨간풍선>(2007)은 타이베이에서 약 3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숫자들을 들여다보는 누구든 허우에게 돈을 거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암살자>는 허우가 처음으로 주류 관객에게 다가가려고 한 노력의 표현이다. 물론 허우를 제치고 대만의 가장 유명한 감독이 되어버린 리안과의 경쟁이라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허우는 <색, 계>와의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해, 이미 줄리엣 비노쉬가 타이베이행 비행기 표를 끊은 뒤임에도 가장 마지막 순간에 <빨간풍선>의 개봉을 미루었다.

대만 정부는 <암살자>에 300만달러 이상의 자본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혁명적인 소형 노트북으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대만 컴퓨터 회사 아수스 역시 비슷한 액수를 투자한다. 비주류영화들이 점점 더 투자액을 환수하기 힘들어지는 대만시장에서 큰 영화를 만드는 것이 실제로는 허우에게 가장 안전한 방책일 것이다.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