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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영화로 즐겁게 놀아보자
장영엽 2008-09-03

제5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9월4일부터 1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스페이스 셀에서 열려

필름을 가지고 즐겁게 놀아보자. ‘유희’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제5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이하 EXIS)이 9월4일부터 1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스페이스 셀에서 열린다. 49개국 180편의 실험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핸드메이드 필름의 비중을 늘리고 무성영화와 퍼포먼스의 결합을 시도한 ‘EX-라이브’란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관객이 직접 실험영화 만들기에 동참하는 ‘랩 데이’처럼 대중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제5회 개막작으로 선정된 헬렌 힐의 <윙어부인 영화 만들기: 21세기 생존법>과 애비게일 차일드의 <자비>(Mercy)는 영화제가 지향하는 ‘유희’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수공예적 영화 만들기로 유명한 헬렌 힐은 사람들이 모여앉아 매니큐어와 마커를 필름에 덧칠하고 그것을 긁어내며 즐거워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녀의 작품이 창작의 즐거움을 나타낸다면 애비게일 차일드의 작품은 보는 즐거움에 가깝다. 다양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불규칙하게 나열한 이 영화는 ‘마음대로 하는 힘’이라는 ‘Mercy’의 또 다른 뜻을 상징하기도 한다. 두 작가의 다른 작품은 회고전의 형식으로 ‘EX-레트로’ 부문에서 소개하고 있다.

52편의 국제경쟁작이 포진해 있는 ‘EX-나우’ 부문은 유럽과 북미권 작품이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유럽의 실험영화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컨셉 아트와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아트에 강한 반면에 북미권 작품들은 고전 실험영화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중에서 테러 이후 뉴욕의 풍경을 신경증적으로 재구성한 니콜라 프로보스트의 <서스펜션>과 현대 실험다큐멘터리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에멜리 칼손 그라스의 <900미터 아래>가 주목할 만하다.

기획전인 ‘EX-초이스’는 유희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카니발’을 부제로 소극, 비극, 소비극, 선택극이란 네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스무명의 쾌활한 아가씨들이 스파게티 소스에 맞서 싸우는 마리 로지에의 <플라잉 소시>부터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시적인 다큐멘터리로 만든 애니 로이드의 <애니 로이드>까지, 웃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특징이다.

국내외 실험영화감독을 집중 조명하는 ‘인디 비주얼’ 부문에서는 선댄스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미국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으로 떠오른 제이 로젠블라트와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진 라오타, 꾸준히 사색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외교관 출신 실험영화 작가 고창수를 올해의 작가로 선정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실험영화(고창수)와 좀더 대중적인 실험영화(제이 로젠블라트), 다른 영역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실험영화(진 라오타)를 통해 실험영화계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미국의 유명 작곡가 존 케이지다. EXIS는 기획전 안에 존 케이지만을 위한 특별전을 마련해 그의 공연을 담은 영상과 백남준 등의 예술가들이 존 케이지에게 헌정한 영화 열한편을 차례로 소개한다. 또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EX-라이브’에도 특별전의 일부 영상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존 케이지가 직접 실험영화 제작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작곡과 철학, 균류학(버섯)을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예술가로서 실험영화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핸드메이드 필름에 주목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한 핸드메이드 필름 랩은 캐나다의 랩 세곳과 국내 랩인 스페이스 셀이 참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국보다 실험영화 제작의 역사가 긴 해외 랩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의 실험영화가 직면한 문제와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문가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파격과 새로운 시도가 미덕인 실험영화제답게 이벤트도 파격적이다. EXIS는 영화제 마지막 날인 9월10일 인디스페이스로 상영본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장르와 주제를 불문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5분 이내의 작품이어야 하며 오후 6시부터 상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www.ex-is.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문의: 02-3141-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