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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좌파 활동가의 반자본주의 처세서
이영진 2008-09-04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지음, 사진 희완 트호뫼흐 ㅣ 레디앙 펴냄

올해 초까지 민주노동당 문화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던 저자가 <레디앙>에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포함해 책을 펴냈다. 월경(月經)의 고통을 강요하는 서울을 벗어나 파리에서 월경(越境)의 환희를 베어물었던 10년 전 유학 시절부터 원피스 나풀거리고 집회에 갔다가 전경들에게조차 무시당했던 날라리 여대생이 좌파정당에 잠입해서 활동가 명함을 내밀기까지의 곡절들이 섬세한 문체에 실려 있다. 세금으로 관광하는 한국 공직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이나 68세대 좌파 의사들이 만든 프랑스 산부인과 체험도 흥미롭지만, 한국과 프랑스의 이질적인 문화 충돌을 경험한 이의 생생한 진술이야말로 눈에 띈다(사진을 찍은 프랑스 출신 예술가 희완은 저자의 연인이다. 두 사람은 결혼 대신 시민연대계약을 맺었고, 칼리라는 예쁜 딸을 낳았다). 자유와 정치, 문화와 교육의 문제들을 공적 영역에서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적 영역에까지 끌어내려 확장하는 독특한 에세이. 주어진 획일을 거부하고 새로운 다양을 찾아나서는 오디세이를 멈추지 않겠다는 글쓴이의 고백은 반자본주의 처세서 혹은 자기계발서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