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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프로그램은 비인기라고? 오 노!
구혜진 2008-09-11

일본 31년 전통의 자선프로그램 <24시간TV> 종일 방영에 시청률도 드라마와 쇼프로보다 훨씬 높아

‘시청률과 공익,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방송사가 안고 있는 이 두 가지 과제를 한번에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조금 다른 경향이 포착된다. 지난 8월30~31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니혼TV>의 <24시간TV>는 모금 형식의 자선프로그램으로 약 24시간 동안의 행사 전체를 방영했다. 놀라운 점은 공익성 강한 이 프로그램이 웬만한 인기 드라마, 쇼 프로그램 못지않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올해 <24시간TV>는 평균시청률 18.6%, 순간 최고시청률은 41.1%를 기록했다. 10%대를 웃도는 대개의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 등과 비교해도 확실히 높은 수치다. <니혼TV> 외에도 <후지TV> 역시 비슷한 성격의 <FNS27>을 매년 방송한다.

국내로는 <사랑의 리퀘스트>나 <희망TV24>와 대응해볼 수 있는데 종일 방송이 가능한 일본의 방송환경을 차치하더라도 이런 공익성 짙은 프로그램들은 많은 시간을 할당받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국내 한 방송사의 편성국 관계자는 “제작비에 비해 사회기여도와 이미지 개선 등의 효과는 적고 채널 경쟁력을 비롯한 광고수익의 저하가 눈에 띄게 커지므로 장시간 편성이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24시간TV>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는 31년이란 긴 시간이 뒷받침하는 전통에 있다. 1978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애초 노인 복지 향상 기획을 시작으로 현재는 재해원조, 환경문제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올해 시청률은 지난해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고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해는 19.0%의 2005년이다. 최근 몇년 동안 줄곧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긴 안목에서 비롯한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는 방송 중 모금액도 3억6천만엔(약 36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은 주로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희귀병을 앓는 사람들이 스포츠나 악기 연주 등과 같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울하거나 동정심을 자극하기는커녕 보는 사람에게 기운을 북돋워줄 정도로 긍정적인 자세를 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주로 사연 접수를 받거나 제작진이 신문과 TV 등을 참조해 이미 알려진 사람들을 섭외하기도 하는데 2006년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한국인 희아가 출연한 것도 이 맥락이다.

인기 높은 연예인의 자발적인 참여도 큰 힘이 된다. 대표적인 한류스타 배용준도 영상 메시지와 기부로 몇년째 함께하고 있다. 올해 사회는 5인조 남성 인기 아이돌 아라시와 드라마 <고쿠센>의 나카마 유키에 등이 맡았다. 아라시는 다리가 없는 외국인 장애인들과 함께한 댄스 무대, 나카마 유키에는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워 장애인들과 합창 무대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HIV를 앓고 있는 캄보디아 소녀를 직접 찾거나 일본 각지를 돌며 도전자를 만나는 등 프로그램 전후에 투자한 시간도 상당하다. 방송 내내 자리를 지켜야 하는 등 끝없는 강행군이 이어진다.

<24시간TV>의 하이라이트는 마라톤인데, 방송 시작과 동시에 달리기 시작한 연예인이 회장으로 들어오면서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올해는 40대에 코미디언이 된 에도 하루미가 113km(????)를 뛰었다. 폭우에 뙤약볕 아래 땀과 눈물 범벅으로 절뚝거리며 들어오는 순간은 감동을 배가시킨다.

2000년 해체한 4인조 여성 아이돌 SPEED가 공식 복귀를 선언하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멤버 중 에리코는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아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후지이 준 프로듀서는 “올해는 특히 많은 기획을 꾸렸는데 모두 진지한 자세로 임해준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니혼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