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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보는 TV]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더니

<조강지처클럽> 10월 종영 발표, 1년간 시청자들에게 욕하는 재미 안겨줘

시청자는 묻는다. “대체 끝은 있는 겁니까?”(박양기) 지난해 9월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조강지처클럽>이 오는 10월 10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국내 방송 사상 초유의 ‘생활 대하드라마’를 집필한 문영남 작가가 공식 인터뷰를 통해 종영을 예고했는데도, “끝날 듯 끝날 듯 1년을 끌었는데 정작 끝난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다”(김순영)는 반응들이다. “욕먹으면 오래 산다더니 욕 바가지로 먹으면서 정말 오래 했네”(지선희)라며 비꼬는 이들도 있다. <조강지처클럽>에 대한 댓글의 상당수가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자극적인 설정 등 드라마의 문제점을 꼬집는 내용이니, 욕을 많이 먹긴 먹었다.

그런데 왜! 시청자는 이 드라마를 “욕하면서 보는”(장인숙) 것일까? <조강지처클럽>은 방영 초기 15%의 시청률로 출발해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지난 5월 30%대를 돌파했다. 이즈음부터 8월 셋쨋주까지 12주를 연달아 방송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최근 몇주 동안 <엄마가 뿔났다>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엄마가 뿔났다> 종영과 더불어 1위 탈환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믿었던 남편의 배신을 연하남과의 애틋한 사랑으로 응징한 나화신 역의 오현경은 이 드라마로 재기에 성공했다. 처(나화신)·첩(모지란) 사이를 오가며 ‘분노의 춤’을 선보인 한원수 역의 안내상은 과장된 코믹 연기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오대규),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기러기 아빠 길억(손현주), 젊었을 때 두집 살림하며 떵떵거리다 나이 들어 조강지처에게 구박받는 한심한(한진희) 등 이름만 들어도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는 작가 특유의 작명법은 “재미있고 기발하다”(윤원희)는 칭찬도 받고 “시청자 수준을 얕잡아보는 삼류 발상”(정은영)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어쨌거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김지수) 실용적인 설정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시청자는 말한다. “시어머니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조클’(조강지처 클럽) 때문에 소화도 잘 안 되더라”(홍경숙)고. “남편이 그딴 연속극을 왜 보냐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딴 채널을 보면 오늘은 왜 안 보냐고 은근히 부추긴다”(이정숙)고. 거두절미하고 아무 때나 보아도 쉽게 몰입되고 중독성까지 갖췄다는 얘기다. 중독성은 아무래도 ‘만만함’에서 기인한 듯싶다. “이상한 사람들이 나와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니 신기하고”(김동호), “하는 짓이 하나같이 답답하고 한심한데 남의 일이려니 하고 보면 웃기고 재미있다”(선우진)니 말이다. 나와 내 이웃은 결코 아닐 듯싶은 인물들이 엉뚱하고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는 걸 ‘구경’하는 동안 1년이 훌쩍 가버린 셈이다.

시청자는 오히려 “현실적이고 교훈적이며 열린 결말을 지향한다”고 선언한 작가에게 뿔이 났다. “그동안 어떤 현실을 반영했다고 이제 와 현실을 따지며, 세상 바람 피운 얘기는 혼자 다 해놓고 무슨 교훈을 주자는 거냐”(이봉형)고 항의한다. “제목이 <조강지처클럽>인 만큼 애초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드라마를 집필했다”는 말에도 분통을 터뜨린다. “조강지처들이 바람 피운 남편 용서하고 다시 화목한 가정을 꾸린다는 결말을 위해 1년이나 필요했나. 20년 전에도 안 통했을 얘기다.”(김은숙) 게시판에는 새로운 사랑을 찾은 주인공들이 그 사랑을 이루기를 고대하는 댓글이 홍수를 이룬다. “갈 데까지 가놓고 해피엔딩 그까이꺼 왜 못합니까. 걍 하던 대로 하세요.”(김진영) 드라마 밖 ‘조강지처’들은 “어차피 현실이 아닐 바에야 차라리 로맨스를!”(김지수)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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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