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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오르는 것과 내리는 것

오르는 것: 환율(2008년 2월 937원에서 지금은 1100원 돌파), 소비자 물가(전년동월비 상승률 2월 3.6%에서 8월 5.6%로. 그나마 요즘 조금 내린 거라지?), 금리(9월부터 내부 기준금리를 높이는 은행이 많다고 한다. 국고채 금리도 상승 중이다.), 올림픽 메달 수(금메달 수 8개, 9개, 총메달 수 30개 이하로 빌빌대던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올림픽 성적과는 달리 금메달 13개, 총메달 수 31개의 우월한 성적), 롯데 자이언츠(부산 출신 대통령 임기 동안 한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현재 시즌 3위로 ‘가을에도 야구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한화 팬이라는), KTX-새마을호 해고 노동자들(8월27일부터 서울역 45m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내리는 것: 지지율(쇠고기 파동 때 17%까지 하락,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 신기록 경신. 그 뒤 반등하여 지금은 30%에 육박한다고 자랑함), 주식(2월 1700가량 하던 코스피지수가 지금은 1400대 초반까지 하락), 펀드수익률(특히 중국 펀드 수익률, 거의 반 토막이란다. 베이징올림픽 전까진 끄덕 없다더니?), 세금(5년 동안 26조원의 감면효과가 있다는데, 내가 내는 세금은 하나도 없다), 부동산 경기(이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내서 집 산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텐데, 그들이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 기륭 해고 노동자들의 몸무게(끝없이 단식해도 문제가 풀릴 기미가 없다).

조소야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건 너무 드라마틱하다. 뉴스에서 경제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가 거론되면 인터넷에선 이명박을 욕한다. 하지만 2007년 12월이라면, 다른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가 정권 초와 겹치다니 그들 입장에선 지지리도 운이 없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물론 오락가락하는 환율정책을 보건대 위기에 대처하는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라고 반응하는 건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상대방에게 변명할 여지를 너무 많이 남겨주기 때문이다. ‘MB 노믹스’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일 텐데.

참여정부 말기를 돌이켜보자. 내수경기는 침체되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었지만, 주식과 펀드수익률 그리고 부동산만 ‘신나게’ 뛰고 있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런 거다. 주식도 펀드도 부동산도 없었던 서민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단 이유로 이명박을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이나 펀드나 부동산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누구를 찍었을까? 참여정부가 돈 벌게 해줬으니까 정동영?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지금껏 재미를 본 돈놀이가 이어지기 위해선 ‘이명박 대통령’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이 강남 집값만큼 오르지 않아 뿔도 났을 것이고. 그리하여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진귀한 일이 2007년에 일어났던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의 ‘상식적인’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욕망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를 때 ‘먹고’ 내리기 전에 ‘튀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글로벌 투기꾼의 시각으로 국가를 운용한다는 것이 어찌 가능할까. 아무리 그래도 여긴 ‘우리나라’인데 말이다. 이명박은 그 불가능한 짓을 끝까지 밀어붙여달라는 요구를 받고 등장한 해결사였다. 그런 의미에서 도저히 해결이 안 될 듯한 그의 ‘불운’은 우리의 ‘불운’인 셈이다. 그러므로, 투기꾼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