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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을 파괴하는 누보 시네마의 걸작들

<나탈리 그랑제> Nathalie Granger 1972년 감독 마르그리트 뒤라스 상영시간 79분 화면포맷 1.66: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1.0 프랑스어 자막 영어 출시사 블라크아웃(프랑스, 2장) 화질 ★★★☆ 음질 ★★★☆ 부록 ★★★☆

<아름다운 포로> La Belle Captive 1983년 감독 알랭 로브그리예 상영시간 88분 화면포맷 1.66:1 비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프랑스어 자막 영어 자막 출시사 코치로버(미국) 화질 ★★★☆ 음질 ★★★☆ 부록

곧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프랑스 누보로망, 누보 시네마 특별전’이 열린다. ‘누보로망’이 그런 것처럼, ‘누보 시네마’도 불확실하고 모호한 개념 위에 존재한다. 동시대의 ‘누벨바그’가 일군의 감독들의 선언과 ‘카이에 뒤 시네마’라는 소속집단으로 어느 정도 규정될 수 있는 것과 달리, 누보 시네마는 명확한 운동이라 부르기 힘든 대상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 실린 글인 <누보로망과 누보 시네마>에서 명칭의 유래를 찾는 정도가 고작이며, 우리는 누보 시네마가 과거에 존재했다고 지금 믿을 뿐인 것이다. 누보 시네마의 대표자들인 알랭 로브그리예, 마르그리트 뒤라스, 알랭 레네가 만든 영화의 외양 또한 제각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보 시네마가 영화의 관습을 거부하고, 전대미문의 예술 형식을 추구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도 누보 시네마가 불가사의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여전한 이유 중 하나를, 레네의 영화를 제외한 대다수의 누보 시네마가 접하기 힘들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탈리 그랑제>와 <아름다운 포로>의 DVD는 적지 않은 가치를 지닌다.

<나탈리 그랑제>

<아름다운 포로>

뒤라스의 초기작인 <나탈리 그랑제>는 여자와 그녀의 친구와 두명의 딸 그리고 그들을 방문한 외판원의 이야기다. 노플르샤토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를 만든 뒤라스는 대부분 장면을 수백년된 집과 숲, 두 여자의 대화와 움직임으로만 구성했다. 뒤라스의 말에 따르면, <나탈리 그랑제>는 여성들이 연속적으로 유지해온 일상의 삶, 현대사회가 창조한 폭력이라는 계급, 딸의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중산층 여성의 고통 등에 관한 영화인데, 특히 주목할 곳은 ‘영화의 시간’이다. 창과 거울의 프레임 안에서 현실의 풍경과 인물이 끊임없이 인식, 포착되는 가운데 인물의 침묵과 카메라의 멈춰선 시선과 바깥으로부터 단절된 공간의 뒤섞임은 영화에 주관적인 시간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인물은 영원히 지속되는 현재의 순환 속에 갇힌 듯하다.

우연이겠지만 로브그리예의 <아름다운 포로>는 뒤라스가 영화 연출을 마감할 즈음에 만들어졌고, 작가가 누보로망의 3기라고 칭한 시기에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영화에도 나온다). 서정적인 소설로 많이 기억되는 뒤라스의 영화가 이지적인 데 반해, 건조하고 객관적인 소설을 쓴 로브그리예의 영화는 관능적이다(<나탈리 그랑제>는 샹탈 아커만의 <잔느 딜망>을, <아름다운 포로>는 데이비드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와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인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다. 겉보기엔 미와 육체에 집착하는 남자의 포르노그래피 같고, 기껏해야 사랑 때문에 죽음을 불사하다 정체성의 파괴를 겪는 남자의 누아르에 불과한 영화가 기실 목적하는 건 기억과 현실의 재구성이다. 개인의 기억은 현실 세계의 현존과 대결하고 외부의 진실과 이미지는 의문시되며, 기억과 현실을 연결짓는 시간의 연속성은 부정된다. 그 결과 <아름다운 포로>는 ‘새로운 현실’로 진입한다.

<나탈리 그랑제>와 <아름다운 포로>를 본다는 건 작가가 던지는 생경한 질문에 답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설령 그것이 괴롭고 두렵더라도, 굳건하게 버티고 선 현실과 진실이라고 믿던 것들이 파괴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두 작품은 충분히 값한다. <나탈리 그랑제>의 DVD는 영화와 뒤라스의 연출을 다룬 두편의 훌륭한 인터뷰(34분, 18분)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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