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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존재를 긍정하게 만드는 존 어빙의 힘
이다혜 2008-10-02

<사이더 하우스1, 2> 존 어빙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소설을 영화화해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존 어빙처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의 소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라세 할스트롬의 <사이더 하우스>의 원작인 존 어빙의 <사이더 하우스>는 낙태가 불법이던 시대에 낙태를 전문으로 했던 의사와 그의 고아원이 키워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실망했던 사람이라도 책과 사랑에 빠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테고,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책 첫장을 펴면서 밤새 읽을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의사 윌버 라치는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 ‘주님의 일’의 기술자인 동시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어머니들을 구제하는 ‘악마의 일’을 마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일하는 고아원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고 가는 여자들과 아이를 지우려는 여자들의 유일한 피난처로, 몇번이고 파양되어 고아원에 돌아온 호머 웰즈는 라치의 아들 같은 존재로 자란다. 웰즈는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모든 기술을 전수받지만 낙태에는 반대한다. 웰즈는 낙태를 위해 찾아온 아름다운 여인을 따라 바깥세상으로, 사과 농장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경험한다. 존 어빙을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대로 존 어빙은 무슨 책을 써도 길게 쓰는 경향이 있는데(다 읽고 나면 굉장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인물이라도 보듬고자 하는 다사함 때문이다. 극심한 악을 대비시키지 않고도 선함의 존재와 그 가치를 긍정하게 만드는 신기한 책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평범함이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