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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단편] 외롭고 두려운 사람들, 히말라야에서 만나다
글·사진 이주현 2008-10-16

유승환 감독의 <히말라야>

나만의 공간에 몰두하기 위해 세상과 담을 쌓는 사람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 상상마당 6월 우수작인 유승환 감독의 <히말라야>는 그렇게 외롭고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출판사에서 일을 하는 여자와 작가 지망생인 남자는 히말라야를 여행하다 만난 사이다. 오랜만에 부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바다를 구경하고, 술을 마시며 서로의 근황을 얘기한다. 줄거리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고, 너무 단조로운 영화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 가지 정서를 끝까지 밀고가는 감독의 우직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꿈과 이상을 상징하는 히말라야. 유승환 감독은 2001년 3월 혼자서 히말라야 트래킹을 했다. 14박15일. “그렇게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이상과 현실이 하나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유가 된다면 다시 한번 히말라야를 찾고 싶다”는 유승환 감독. 이상과 현실이 하나가 아님을 알게 된 스물여덟의 남자는 두 번째 히말라야 여행 대신 <히말라야>라는 영화를 찍었다.

안정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히말라야>는 그의 대학 졸업작품이자 첫 영화다. 디자인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군 제대 뒤 연극영화과 복수전공을 하게 된다. “맺힌 걸 푸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는 그의 첫 작품. 하루 만에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다. 자신의 속마음을 하나씩 풀어놓은 영화이기에 많은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었다. 유승환 감독은 여주인공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입했다. “여자주인공은 삶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들만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거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 언젠가 찾아올 사랑 같은 것 말이다.” 꿈과 이상을 쉽게 놓지 않는 여주인공은 그래서 꼿꼿하고 당당하게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대사를 한다. “최대한 대상에 집중해” 그녀의(혹은 감독 자신의) 고민을, 꿈과 이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유승환 감독은 남자주인공의 입을 빌려 “욕망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한다. “예전엔 곧이곧대로 살고 싶었다. 내 믿음대로 보고 생각하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최근엔 욕망을 비워내고 바람을 줄였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꿈을 꾸는 대신 고집스런 욕망을 버리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유승환 감독

그렇기에 그는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영화감독이 된다는 것에 욕심을 부렸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절망했기 때문이란다. 상상마당 우수작 선정은 그런 그에게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뚝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그 일이 있은 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상금 100만원이 손에 쥐어졌고, 그 돈으로 지인들에게 맛있는 밥 사주고 어학연수 가 있는 동생한테 용돈을 부쳐줄 수 있게 된 것 정도의 사건이랄까.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누군가와 소통했다는 것”에 그는 기뻤다고 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장편 시나리오도 썼다. <취업이야기>라고 가제를 붙였고, 우리 세대가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구름 위를 걷더라도 다른 한발은 땅을 딛고 있어야 하니까 영화를 만드는 것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을 영화로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번에 쓴 장편 시나리오가 잘됐으면 좋겠다. 이것도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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