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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보는 TV] 정말 악플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요?

악플 근절을 위해 제정하겠다는 일명 ’최진실법’에 대한 댓글들

‘악플이 최진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언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지자 댓글가는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다. 대상이 정치인이든 스포츠인이든 연예인이든, 듣기 좋은 이야기만 댓글로 남겨왔노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이 누가 있으랴. 최진실 사망 기사에 댓글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어찌 보면 누리꾼들의 상식과 이성을 싸잡아 얕보는 모욕적인 처사에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딴죽을 거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선플달기 운동’에 대한 반응도 “친일 매국노나 사기꾼에게도 선플을 달 순 없잖아요”(하낫뚤) 정도가 부정적인 의견이랄까. “사이버 세상에 인간에 대한 예의가 넘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서은영)는 게 고인을 떠나보내는 댓글가의 보편 정서였다.

그러나 여당이 추진 중인 ‘최진실법’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누나가 정말 악플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요? 악플 자체가 아니라 그 악의적인 말 속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 상처받은 것은 아닐까요. 남편한테 매맞고 이혼당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도 독하게 잘나가는 여자, 그런 여자라면 능히 사채업도 하고 가까운 사람한테 돈 꿔주고 고리 뜯을 수 있다고 남들이 생각한다는 사실, 그런 루머가 먹힐 정도로 사람들이 자기를 오해한다는 것 때문에 아팠던 게 아닐까요? 잘나가는 싱글맘에 대한 편견이 누나를 힘들게 했다고 생각합니다.”(이성진) “본인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막말을 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막말을 해도 상관없는 환경이 문제죠.”(선우현) “그렇다고 아예 말을 못하게 막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늘을 가리면 문제가 해결되나요.”(송선아) “최진실 기사에 댓글 못 달게 하니까 악플도 없었다. 그건 다시 말해서 모든 악플은 기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기사로 쓰면서 마치 여론인 것처럼 몰아가는 기자들이 악플 다는 사람보다 저질이다.”(망할찌라시)

고인의 죽음을 과연 ‘악플’에 국한해서 볼 것인지, 악플이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는 어떤지 따져보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한편, ‘최진실법’이 과연 필요한지를 두고 찬반논란이 뜨겁다.

“인터넷에서의 매우 안 좋은 현상은 익명을 이용한 비방, 욕설, 인신공격, 무책임한 루머 등일 것입니다. 정당하고 인격적인, 합리적인 발언들은 지금 대두되고 있는 최진실법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자유를 억압한다고 하시는데 무엇이 자유입니까? 익명을 이용하며 욕설과 인신공격, 악성루머를 퍼트릴 자유를 말하는 겁니까? 음주운전을 안 하면 음주단속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최진실법을 악용해서 문제가 발생된다면 가만있을 국민입니까? 가만있을 야당, 시민단체입니까?”(피터팬)

“현재 포털들이 실명 확인을 거쳐 댓글을 달게 하는 시스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다만 글을 올릴 때 닉네임이 가능하면 실명 대신 닉을 쓰는 경우도 있다. 닉으로 글을 썼든 실명으로 글을 썼든, 그 글이 온당치 못한 글이라면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 의해서 현재법으로도 사이버 수사대를 통해 처벌할 수 있는데, 왜 신고 없이도 처벌이 가능한 법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현재 넷상에서 가장 큰 이슈는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비판이다. 이런 것을 차단하고자 이 법을 제정하려는 게 진정한 속내가 아닐까.”(에버그린) 연기 생활 20년 동안 대중을 울리고 웃기며 삶의 고락을 함께했던 국민배우 최진실은 망자가 된 뒤에도 성숙한 인터넷 문화와 표현의 자유 등을 둘러싼 의미있는 ‘논쟁의 장’을 열어주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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