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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2001-11-16

한국영화, 세계시장서 막 걸음마 떼

영화계 안에도 권력이 없을 수 없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상업영화 시스템을 제외하면, 칸영화제는 최고의 영화권력이다. 감독이 자신을 세계에 알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자, 거장의 칭호를 부여하는 가장 권위있는 인증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올해 이 영화제를 이끈 티어리 프레모(41)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손님으로 한국에 왔다. 그의 전임자 질 자콥은 18년 동안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최고 권력자임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다른 영화제에 가는 일이 좀체 없었다. 티어리는 “칸영화제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집행위원장을 맡기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취임 뒤 가장 먼저 가고 싶었다. 마침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으로 와달라고 했는데, 나는 어떤 영화제든 심사위원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그냥 게스트로 왔다. 와보니 6년밖에 안 된 영화제가 너무 잘 조직돼 있어 놀랍다.”

티어리는 대학시절 프랑스 리용시의 뤼미에르 시네마테크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그곳의 소장이 됐다.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상영한 곳이 바로 리용시”라고 강조하는 티어리에게선 그 직책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났다. “질 자콥이 칸 집행위원장으로 와달라고 해서, 뤼미에르 씨네마테크 소장일을 겸임하게 해준다면 응하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그게 받아들여져서 지금 두 일을 겸임하고 있다.”

칸을 비롯한 유럽 국제영화제의 선호도가 90년대 초반 동아시아 영화에서 90년대 후반부터 이란과 인도로 옮겨가는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티어리는 “개인적으로 이란과 인도 영화를 동아시아 영화보다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칸은 새로운 이란 감독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지역이 아니라 영화”라며 “동아시아에서도 젊고 새로운 감독들이 나와 기타노 다케시, 허우샤오시엔, 왕자웨이 등의 거장들과 공존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영화는 막 일어나고 있는 상태라고 본다. 이전에는 유럽에서 아시아영화 하면 일본영화를 떠올렸다. 그뒤 홍콩과 대만이 알려지게 됐고 이제 한국이 다음 차례다. 내가 부산에 왔다는 건 아시아 영화와 한국 영화에 대한 칸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부산에 와서 신상옥 감독의 <내시>를 봤다는 티어리는 “과감하고 독창적이며 작가정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내년에 뤼미에르 시네마테크에서 신상옥 감독 회고전을 해볼까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