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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극장, 앵벌이라고 마다하랴
강병진 2008-11-04

화장실 손건조기에까지 광고 유치하고 코팅 티켓도 바꾸면서 비용 절약중

“양쪽 볼에 두개의 철퇴를 동시에 맞은 격이다.” 관객 수의 급감과 작금의 경제위기 속에 놓인 극장가를 설명한 한 관계자의 말이다. 두개의 철퇴가 동시에 극장가를 때리면서 ‘불황일수록 극장은 잘된다’는 속설도 믿기 어려워졌다. CJ CGV의 2008년 상반기 영화산업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관객 수는 최근 3년간의 기록 가운데 최저치를 나타냈다. 애초에 관객 수가 감소한 터라 불황을 회피하고자 극장을 찾는 관객이 있다고 해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불황을 이겨내려는 극장가의 꼼수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 극장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 10월20일 발표된, CGV의 3/4분기 영업실적은 극장가의 불황 타개책을 더욱 궁금케 만드는 정보다. 이 자료에 따르면 CGV의 3/4분기 순이익은 2/4분기에 비해 163.8%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3/4분기는 여름 성수기 시즌인 터라 순이익이 증가하게 마련이지만, 전년동기와 비교할 때도 21.1%가 증가했다는 것은 수익성 보전을 위한 자구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상규 CGV 홍보팀장은 “올해 들어 새롭게 개설한 지점이 증가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5%가량 관객 수가 늘었고 수익성 강화를 위한 광고유치와 이벤트 제휴 등을 다각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빈 공간을 모두 광고판으로”

수익 다각화를 위한 여러 방법 가운데 특히 극장광고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상규 팀장은 “극장 내에 비어 있는 공간은 모두 광고판으로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원래 영화를 본 관객이 퇴장하는 곳은 광고유치가 어려웠다. 하지만 광고 단가를 낮추고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광고를 유치하려 했다. 대형 현수막도 1개를 걸던 곳에 2개를 거는 식으로 바꾸었고, 화장실에 비치된 핸드 드라이어에도 광고를 유치하려 했다.”

광고매체의 다각화는 CGV뿐만 아니라 여러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시도하는 부분이다. 극장 내에 PDP TV를 더 많이 설치해 동영상 광고를 받거나 팝콘 통에 영화포스터 이미지를 넣어 광고를 유도하기도 한다. 특정 기업의 브랜드를 팝콘세트 이름으로 붙이거나 상영관에 붙여주는 방식도 있다. CGV용산에 설치됐던 ‘질레트 퓨전관’이 이런 경우다. 당시에는 상영관 입구 자체를 질레트가 만든 면도기 피겨로 꾸며놨다고 한다. 이상규 홍보팀장은 이런 불황 타개책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앵벌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불황을 버티려는 극장으로서는 내부 구석구석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을 만큼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수익 다각화와 함께 고정비 줄이기도 각광받는 불황 타개책이다. 전기세를 아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밖에 CGV는 지난 5월부터 기존에 코팅지로 제작하던 티켓을 영수증 발급으로 대체했다. 코팅지의 원가는 9원이고 영수증은 1.5원이다. 롯데시네마 또한 인터넷으로 티켓 예매한 뒤 휴대폰에 쿠폰을 다운받아 입장하는 하이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롯데시네마 홍보팀의 임성규 과장은 “관객의 대기시간을 줄이고자 마련한 시스템이지만, 고정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정비 절약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역시 인건비 절약이다. CGV의 경우, 2007년 말부터 진행한 구조조정을 통해 약 20%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하지만 극장 관계자들은 “관객 서비스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극장으로서는 인력감축도 일정한 시스템을 갖춰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티켓을 발권하는 스탭들을 줄일 경우에는 그만큼 무인발권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가박스와 옥션의 1천원 이벤트

이처럼 여러 가지 불황 타개책들이 고안되지만, 극장 관계자들은 발길을 끊은 관객을 다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관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력적인 콘텐츠를 보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객이 ‘극장에 가도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불평하는 상황에서는 공허한 바람일 뿐이다.

지금 극장들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 관객을 ‘일단’ 극장으로 유인하려 한다. 롯데시네마는 작가 강연회를 비롯해 뮤직비디오 쇼케이스를 마련하는 한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관을 운영한다. 임성규 과장에 따르면, “일단 관객에게 극장시설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 뒤 그들이 다시 극장을 찾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런가 하면 롯데 계열사에서 적립한 통합 멤버십 포인트를 롯데시네마에서도 사용하게 하는 정책을 마련한 것은 기존 관객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불황 시기에 극장의 할인정책도 인기를 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할인 이벤트는 메가박스가 경매사이트 옥션과 함께 진행 중인 1천원 이벤트다. 10월 초부터 진행된 이 이벤트는 옥션 사이트에서 당첨된 고객을 대상으로 1천원을 지불하면 한달 동안 16편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출혈경쟁이 아닐까 싶지만, 메가박스는 옥션쪽에서 이벤트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한 마케팅은 아니라고 밝혔다.

할인정책에 먼저 나설 필요 있을까

극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말하자면 이러한 불황 타개책들이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할인 이벤트는 극장관람료 인상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걱정을 수반한다. 관람료 인상은 영화계로서나 극장으로서나 바라는 부분이지만 할인 이벤트가 많아지면 관객의 가격저항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성규 과장은 “할인정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관객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전체 시장을 키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상규 팀장은 “티켓수익이 극장만의 것은 아니다. 부금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할인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가격 정상화에 대한 관객의 인식도 바뀌기 때문에 가능하면 극장이 먼저 나서 할인정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할인정책뿐만 아니라 극장광고의 다각화 또한 우려의 대상이다. 광고방식이 다양해질수록 자본이 풍부한 메이저 회사의 영화들만이 광고를 집행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들에 대해 극장도 할 말은 많다. “관객에게 극장은 문화적인 공간이지만 종사자들에게는 생존수단”이라는 한 극장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극장이 관객을 끌어모아서 광고로 장사한다는 말이 있다. 또한 티켓수익보다는 매점수익이 극장의 주된 수입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건 틀린 말도 아니고 맞는 말도 아니다. 극장의 수익은 우선 관객을 창출해내야만 따라오는 것이다. 관객이 있어야 티켓수익도 늘고 매점수익도 생긴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객이 발길을 돌린 상황에서는 일단 버텨내는 게 목표일 수밖에 없다.” 영화계와 함께 물에 빠진 극장도 온갖 지푸라기를 찾는 중이다.

‘천차만별’ 극장 광고비

PDP TV 800만원, 팝콘통 300만원

익명의 배급 관계자를 통해 알아봤다. 극장 광고비는 극장 입지조건과 유동인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광고비 책정에 대한 기준은 한결같다. 특정 영화의 상영관에 관객이 많다고 해서 그곳에서만 광고를 상영할 수는 없다. 한편의 광고는 일정기간 동안 극장 내 모든 상영관에서 상영된다. 상영 뒤 광고가 몇번 상영됐고, 몇명의 관객이 봤는지 확인해 광고비를 책정한다.

최근 배급 관계자들에게 각광받는 광고수단은 극장 내 PDP TV를 통한 동영상 광고와 팝콘 통에 넣는 이미지 광고다. PDP TV광고는 입지조건과 유동인구 수가 좋은 극장의 경우 최고 800만원에서 6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2주에서 3주 동안 하루 128회의 동영상 광고를 노출할 때의 가격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비싼 극장은 메가박스 코엑스점이다. 롯데시네마는 4주를 기준으로 약 200만원에서 250만원의 비용을 받는다고 한다.

팝콘 통 광고는 통 1개당 250원의 제작비와 약 300만원의 광고비를 지불한다. 최소 5만개 이상의 팝콘통을 제작해야 하는 게 중요한 조건이며 2, 3주 동안 노출된다. 극장 안에 설치하는 대형 현수막도 고가의 광고다. 보통 하루를 거는 데에만 350만원에서 500만원의 가격이 책정된다. 열흘 동안 건다면 3500만원에서 5천만원이다.

만약 멀티플렉스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상영일정표와 상영관 안내 배너 등등 다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돈만 가지고 못 하는 광고도 있다. 일명 ‘스탠디’나 ‘포토월’로 불리는 홍보조형물들이다. 이런 형태의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극장에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관객이 어떻게 즐길 조형물인지를 적어내 심사를 받은 뒤 합격되어야만 광고를 넣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