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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미친 사람들의 세상
김미영 2008-11-06

다시 뭉친 표민수-노희경 콤비의 <그들이 사는 세상>

<고독> 이후 6년 만이다. <거짓말> <바보같은 사랑>을 함께 만든 표민수 PD와 노희경 작가가 KBS2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다시 뭉쳤다.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국 사람들의 이야기인 <그들이 사는 세상>은 두 사람이 처음 시도해보는 전문직 드라마다. 표민수 PD는 “어쩌다 보니 노희경 작가와 같이 작업하는 게 오래 걸렸다”며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국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그린다. 송혜교와 현빈이 각각 주목받는 새내기 PD인 준영과 영화감독의 꿈을 꾸는 PD 지오 역을 맡아 드라마국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표민수 PD는 “방송국을 환락과 부가 넘치는 곳이 아닌 소소한 사람들의 열정이 넘치는 곳으로 그리겠다”고 밝혔다. 2년 동안 작품을 구상했다는 노희경 작가도 “실제로 드라마 제작 현장에 가보면 재미있다. 나만 즐기기보다 그 현장의 일화들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추월 장면 20시간 넘게 찍었으나…

<그들이 사는 세상>은 배우 캐스팅부터 대본 연습, 실제 촬영 모습까지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교하게 담는다. 스페셜 방송분에서 공개됐듯, 실제 드라마 스탭들이 스탭을 연기하는 단역배우들 속에 섞여 촬영해도 자연스러울 정도다. 특히 동시진행 중인 장면을 다양한 각도로 쪼개 보여주는 화면분할기법은 극중 인물들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긴장감을 살려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제작진은 주인공들이 만드는 극중 드라마 장면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표민수 PD는 “준영이 촬영하는 자동차 추월장면을 위해 카메라 7대가 동원돼 20시간을 넘게 촬영했지만 실제 편집에서는 1분도 채 사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극중 배우로 출연하는 배종옥은 “실제 드라마와 극중 드라마를 촬영하느라 스토리텔링에 맞춰 감정선을 잡기가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소재를 다룬 SBS <온에어>가 드라마 제작과정의 진흙탕 싸움을 까발렸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은 드라마에 미친 사람들의 세계를 살뜰하게 품어낸다. ‘초치기’로 드라마 제작과 편집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보여주면서 스케줄을 잡느라 하루 종일 전화 중인 조연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장면에도 기뻐하는 스턴트맨, 작업에 집중하려고 강아지에게 수면제를 먹인 작가 등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전문직 드라마라는 외연에 치중했다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사람에 대한 사랑을 깊이 보여주는 노희경 작가의 색을 잃은 건 아니다. 노희경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동료이자 옛 연인이기도 한 준영과 지오의 사랑을 어루만지며 사랑에 상처받은 시청자의 마음도 위로한다. 10년 된 연인에게 상처받은 지오가 “미치게 설레던 첫사랑이 마냥 마음을 아프게만 하고 끝이 났다”고 독백할 때에도, 준영이 습관처럼 연인과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며 “보고 싶은데 짜증난다”고 짧게 말하는 장면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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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YEG